경부고속道 53년… ‘산업 대동맥’의 가치[황재성의 황금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8일 08시 00분


1: 소통 위한 고속도로가 불통의 쏘시개로
2: 국내 도로 재고, 주요 선진국의 87% 수준
3: 건설비, 고속도로가 일반 도로의 2배 비싸
4: 경부고속도로, 50년 간 발생편익 351조 원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
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

광복 직후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 하나 변변히 없었던 한국은 1970년 경부고속도로 개통을 기점으로 전국 교통망이 급속도로 발전했다. 사진은 2015년 항공 촬영한 경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가 만나는 경기 용인시 신갈분기점 전경이다. 동아일보DB
매년 7월 7일은 ‘도로의 날’입니다. 정부가 경부고속도로 개통(1970년 7월 7일)을 기념하기 위해 1972년 제정했습니다. 경부고속도로는 서울과 부산을 연결하는 고속국도 1호선이자, ‘한강의 기적’으로 일컬어지는 대한민국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입니다. 그 가치(2020년 기준)가 무려 351조 원에 달하고, 국민 1인당 편익으로 환산하면 연간 675만 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동서 화합을 상징하는 ‘호남~남해 고속도로’가 개통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정부도 이런 의미를 살리기 위해 7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전국 소통 50년!, 미래 연결 100년!’을 주제로 다양한 정책 세미나와 전시회 등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소통의 상징이어야 할 고속도로 한 곳이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불통의 쏘시개’가 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정부가 신설을 추진했다가 백지화를 선언한 ‘서울~양평 고속도로’입니다.

일반적으로 고속도로 건설사업은 정치권에서 크게 환영받습니다. 지역민에게 생색을 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건수’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수도권 동남부의 혼잡도 개선과 국토의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도 갖췄습니다.

하지만 야당은 이 고속도로에 김건희 여사 일가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정부의 계획이 숨어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 이를 ‘고속도로 게이트’ ‘처가 카르텔’ 등으로 규정하고 진상 조사를 요구하며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야당의 주장은 정부가 고속도로의 도착점(종점부) 예정지를 김건희 여사 일가 소유의 땅이 위치한 곳으로 갑자기 바꿨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야당의 주장에 대해 ‘가짜 뉴스’이자 ‘거짓 선동’이라고 반박하며 이를 주장하는 일부 야당 인사를 경찰에 고발까지 했습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원희룡 장관은 6일 국민의힘과의 당정 협의회 직후 아예 사업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원 장관은 “팩트를 얘기하고, 노선을 설명해도 김건희 여사를 악마로 만들기 위한 민주당의 가짜뉴스 프레임을 우리가 말릴 방법이 없다”며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대해선 노선 검토뿐 아니라 도로개설사업 추진 자체를 이 시점에서 전면 중단하고 이 정부에서 추진됐던 모든 사항을 백지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도로의 날’이 되새기고자 한 교훈은 사라진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결코 경부고속도가 지닌 가치는 가볍게 넘길 수 없습니다. 또 도로는 부동산 가치를 급격하게 바꾸는 핵심 시설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도로 현황과 경부고속도로의 여러 기록들을 되짚어보는 이유입니다.

● 고속도로 연내 5000km 돌파
1970년 7월 7일 경부고속도로 개통식에서 기념 테이프를 끊고 있는 박정희 대통령(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오른쪽이 영부인 육영수 여사, 박 대통령 왼쪽은 이한림 당시 건설부(현 국토교통부) 장관이다. 동아일보 DB
우리가 흔히 도로라고 통칭하지만, 도로법에 따르면 국내 도로는 모두 7개로 나뉩니다. 고속국도-일반국도-특별시도.광역시도-지방도-시도-군도-구도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관리 주체에 따른 구분입니다.

이 가운데 고속국도는 고속도로로 더 많이 불리는 도로로서, 국토부 장관이 관리합니다. 도로교통망의 중요한 축을 이루며,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도로로서 자동차 전용의 고속교통에 사용됩니다. 일반국도는 주요 도시와 항만, 공항, 국가산업단지, 관광지 등을 연결하는 도로로서, 고속도로와 함께 국토부 장관이 관리하는 간선도로입니다.

특별시도나 광역시도는 특별시 또는 광역시의 주요 도로망을 형성하면서, 해당지역의 주요 지역과 인근 도시, 항만, 산업단지, 물류시설 등을 연결하는 도로입니다. 지방도는 도지사 또는 특별자치도지사가 관할지역에 있는 도로 가운데 도청 소재지에서 시청 또는 군청 소재지를 연결하는 주요 도로 등을 의미합니다. 이밖에 시도는 특별자치시장 또는 시장, 군도는 군수, 구도는 구청장이 각각 지정 관리하는 도로입니다.

이런 도로들의 현황은 국토부가 매년 발행하는 ‘도로 주요 통계’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에 발행한 2023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도로는 모두 11만4314km입니다. 이는 개통된 것뿐만 아니라 건설 중인 도로까지 포함한 수치입니다. 전년(11만3405km)보다 909km 늘어났습니다.

도로 연장 기준으로 1위는 시도로 3만2636km에 달합니다. 이어 군도(2만2121km) 지방도(1만8316km) 구도(1만6838km) 일반국도(1만4200km) 특별.광역시도(5264km) 고속국도(49439km)의 순으로 뒤를 따릅니다.

주목할 것은 고속국도입니다. 총연장이 1980년까지만 해도 1225km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1990년 1551km, 2000년 2131km, 2010년 3859km, 2020년 4848km로 시간이 갈수록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올해 말이면 화도~양평 등 3개(67km)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총 길이 5000km 돌파가 확실시됩니다. 이러한 고속국도 증가는 ‘전국토의 1일 생활권’을 거쳐 ‘반나절 생활권’으로 변화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시도별 도로보급 상황을 보면 단순하게 총길이만 기준으로 할 때 1위는 경기도로 1만4902km입니다. 이어 경북(1만3735km) 경남(1만3020km) 전남(1만808km) 등도 1만km가 넘습니다. 하지만 면적당 도로연장(1㎢ 기준)은 서울시가 13.84km로 가장 길고, 강원도가 0.58km로 가장 짧습니다. 인구 1000명 당 도로 길이로 보면 강원도가 6.39km로 가장 길고, 서울시가 0.89km로 가장 짧습니다.

현재 국내 도로를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87% 수준으로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특히 면적과 인구 등을 고려한 도로연장은 OECD 37개 나라 가운데 하위권이었습니다. 2020년 기준으로 한국이 1.57km에 불과한 데 반해 일본(5.89km)과 미국(3.66km) 영국(3.31km) 등은 2배를 넘었습니다. 다만 고속국도와 일반국도를 합친 간선도로는 한국이 0.26km로 일본(0.28km) 미국(0.20km)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체면치레는 했습니다.

● 전국 도로 ‘10X10X6‘ 형태로 배치
정부는 수도권 고속도로의 혼잡도를 낮추기 위해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퇴계원~판교 구간  ▲경부고속도로 화성~양재 구간 ▲경인고속도로 전체 구간 ▲신갈~과천 지하고속도로(신설) 등 4곳을 지하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수도권 고속도로의 혼잡도를 낮추기 위해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퇴계원~판교 구간 ▲경부고속도로 화성~양재 구간 ▲경인고속도로 전체 구간 ▲신갈~과천 지하고속도로(신설) 등 4곳을 지하화하기로 했다.
국내 도로에 대한 최상위 법정계획으로 ‘국가도로망종합계획’이라는 게 있습니다. 도로법에 따라 10년 단위로 수립하는 것으로, 국내 도로망 구축계획의 기본방향과 세부과제 등을 담고 있습니다. 2014년 관련 법 개정으로 도입근거가 마련된 뒤 2016년에 1차 계획(2011~2020년)이 발표됐고, 2020년 1차 계획이 종료되면서 이듬해인 2021년에 2차 계획(2021~2030년)이 공개됐습니다.

2차 계획에 따르면 국내 간선도로망은 남북방향 10개 도로와 동서방향 10도로에 대도시권 고속교통망을 이루는 방사형 도로 6개로 구성됩니다. 남북방향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동서방향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일련번호가 매겨집니다. (표 1 참조)

순환도로는 5대 광역도시권에서 추진되는 데, 수도권에는 순환1축(수도권 제1순환선)과 순환2축(수도권 제2 순환선+중부내륙선+평택시흥선) 등 2개가 있습니다. 나머지는 대전권 대구권 부산권 광주권에서 각각 지정됐습니다.

2025년까지 100% 국가 재정을 투입해 19개의 고속도로가 신설되고, 18개 고속도로의 확장공사도 진행됩니다. 신설도로 가운데에는 경부고속도로 화성~서울 구간 지하화와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같은 지하도로 건설사업이 4건 포함돼 있습니다.

민간자본으로 추진되는 사업도 15건이나 됩니다. 경기 광주~화성~평택 고속도로를 시작으로 제2용인~서울, 시흥~송파, 서울~양주, 양재~고양, 공주~천안 등 6건(2023년 6월 기준)은 신규 사업으로 적격성 조사나 전략 환경영향평가 등을 받고 있습니다.

나머지 포천~화도, 광명~서울, 평택~부여~익산, 서창~김포, 오산~용인, 사상~해운대, 평택~시흥 확장, 성남~서초, 성남~강남 등 9개 사업은 전략 환경영향평가 이후 단계를 밟거나 공사가 진행 중인 상태입니다. 이밖에 일반 국도 28개가 신설 및 확장사업으로, 국도대체우회도로 4개가 신설, 국가지원지방도 24개 구간이 신설 및 확장사업으로 추진 중에 있습니다.

도로건설비용은 고속국도가 일반국도에 비해 훨씬 비쌉니다. 고속국도의 경우 신설(4차로 기준)할 때 시설비와 토지매입비 등을 합쳐 1km 당 609억 원, 확장(4차로->8차로)할 때 473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반면 일반국도는 신설 때 371억 원, 확장 때 222억 원으로 나타났습니다.

도로 건설의 평균 공사기간은 고속도로가 신설에 7년, 확장에 5년이 걸리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최근 5년간 준공한 도로건설현장의 평균치입니다. 반면 국도는 신설에 9년, 확장 또는 개량에 7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지도도 7년이 소요됐습니다.

● 50년간 경부고속도로 발생 편익은 351조 원
경부고속도로는 개통 이후 50년간 351조 원의 사회적 편익을 발생하며 한국 경제 성장의 든든한 초석이 됐다. 사진은 경부고속도로 개통을 보도한 동아일보 1970년 7월 7일 자 1면이다.
국내에서 도로의 가치를 웅변하는 시설물로 경부고속도로만한 것이 없습니다. 한국 경제의 압축성장을 가능하게 한 결정적인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잘 알려진 대로 경부고속도로 건설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1968년 2월 1일 착공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이 150달러에 불과했던 나라에서 정부 예산의 23%를 투입해 고속도로를 건설한다는 사실에 엄청난 반발에 부딪혔습니다.

가진 장비와 기술도 부족한 상태에서 수요처마다 불투명하다는 게 근거였습니다. 실제로 경부고속도로 건설 당시 우리나라 보유한 중장비는 1647대로 대부분이 한국전쟁 전후에 도입된 노후장비였습니다.

하지만 박정희 대통령의 밀어붙이기로 착공 2년 5개월 만인 1970년 7월 7일에 총연장 428km에 달하는 고속도로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과정도 현재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이에 대해선 국토교통부 출신 공무원 모임인 ‘대한건설진흥회’가 최근 누리집에 게재한 ‘비화! 경부고속도로 건설 뒷이야기’에 생생한 후기가 담겨 있습니다.

특히 6화 ‘땡땡이 계산기를 밤새 돌리며’에 따르면 1968년 초만 하더라도 경부고속도로의 소요 공기를 3년 6개월로 판단하고 전 노선 준공일을 1971년 6월 30일로 계획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1968년 1월말 지침을 내리면서 정부는 준공시기를 1970년 12월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합니다.

이는 1968년 9월 11일 대구~부산간 기공식 자리에서 참석한 박 대통령은 제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완료되는 1970년 말까지 완공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공식화됩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10월 하순 대전~대구 간 공사 물량의 윤곽이 나오게 되자 6개월을 다시 단축하여 1970년 6월 30일까지 준공하는 최종 공사계획이 확정됩니다. 당초 계획보다 무려 1년을 앞당긴 것입니다.

경부고속도로 개통은 엄청난 변화를 가져옵니다. 우선 평균 15시간 걸리던 이동시간이 4시 30분대로 단축됐고, 포화상태였던 경부선 철도의 여객 및 화물수송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특히 화물수송 능력이 획기적으로 늘어나면서 자동차, 제철, 정유공장 등 관련 산업이 경부고속도로를 축으로 자리 잡았고, 이를 통해 1970년 이후 펼쳐진 한국 경제의 고속성장이 가능해졌습니다.

한국도로공사가 경부고속도로 개통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2020년에 제작한 홍보 책자(‘기적의 50년, 희망의 100년’)에 따르면 시설과 동원된 장비는 어마어마한 수준을 자랑했습니다. 연동원 장비가 165만 대, 연동원 인원은 892만 명에 달했습니다. 자재도 시멘트 680만 대, 아스팔트 47만 드럼, 철근 5만t, 강재 1만t이나 됐습니다.

건설공사에 투입된 비용은 429억 원이었습니다. 1km에 1억 원 정도가 투입된 셈입니다. 현재는 606억 원이 투입되는 점을 감안하면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도 턱없이 낮은 금액입니다. 특히 용지비가 20억 원에 불과했습니다.

도로공사가 서울시립대 등에 의뢰해 경부고속도로의 가치를 분석한 보고서(‘경부고속도로 개통 50년의 사회경제적 직접효과 평가 연구’)에 따르면 경부고속도로를 아예 안 짓거나 10년 정도 개통이 늦었을 경우와 비교한 결과, 245조~351조 원의 편익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1970년 개통 당시만 해도 무모한 도전으로 여겨졌으나 결과적으로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으며, 5000만 국민들에게 통행시간 단축, 운행비용 절감 등 직접적인 편익을 제공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또 “경부고속도로 개통으로 인해 50년 간 사회적 직접효과 편익으로 국민들은 연간 1인당 평균 675만 원의 혜택을 받게 됐다”고 추정했습니다.

국내 건설업계를 대표하는 학술단체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목학회는 올해 3월 ‘토목의 날’ 기념식에서 경부고속도로를 대한민국 토목문화유산 1호로 선정했습니다. 대한민국 토목문화유산 선정은 50년 이상 된 토목구조물 가운데 미래세대에게 토목유산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시행되는 제도로, 올해가 처음입니다.

토목학회는 선정 이유에 대해 “국가 고도경제 성장 및 균형발전을 촉진하고, 국내 건설사업의 기술력 향상과 함께 1970년대 중동 건설 수출에 기여하는 등 그 가치와 우수성을 인정받아 가장 먼저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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