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EU 친환경 규제 속도전… IRA 넘는 충격 대비할 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11일 23시 42분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선진국이 비행기와 자동차 등 수송 분야의 탄소 배출 규제를 잇달아 강화하고 있다. EU는 2025년부터 바이오 연료인 ‘지속가능항공유’를 기존 연료에 섞어 쓰도록 의무화하고 그 비율을 2050년 70%까지 단계적으로 늘리기로 했다. 미국은 자동차 배출가스를 2027년부터 해마다 13%씩 줄이는 내용의 감축안 초안을 내놨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보다 파급력이 세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새 규제에 관련 기업들은 비상이 걸린 상태다.

글로벌 탄소 중립을 내건 해외 국가들의 탄소 규제는 이런 세부 시행안을 통해 점차 구체화하는 흐름이다. ‘SAF(Sustainable Aviation Fuel)’로 불리는 지속가능항공유를 비롯한 바이오 연료는 그 과정에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식물성 기름 등으로 만드는 바이오 항공유는 탄소 배출량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자동차의 경우 전기차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도로의 98%를 차지하고 있는 내연차의 배출가스를 줄이지 않고는 배출량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한국은 2030년까지 산업부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11.4%로 내걸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바이오 연료만 하더라도 상용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아직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국내에서 시행 중인 신재생 연료 혼합의무화제도(RFS)는 바이오 디젤에만 적용될 뿐 바이오 에탄올은 대상에서 빠져 있다. 전 세계 60개국 정부가 이미 바이오 에탄올을 도입하고 폴크스바겐, 도요타 같은 기업들이 연구개발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더딘 움직임이다.

탄소 배출 규제는 기후테크 산업은 물론이고 주요 품목의 수출 판도까지 바꿔 놓을 글로벌 에너지 정책 전환의 핵심이다. 기업들에 과도한 비용 부담을 줘서도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손놓고 있다간 환경기술 경쟁에서 밀려나 해외시장까지 잃게 될지 모른다.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온실가스 규제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과 투자 등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친환경 격전지’로 떠오른 바이오 연료에 대해서도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법령 재정비에 나서야 할 것이다.
#탄소 배출 규제#속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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