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집 산다” 은행 가계대출 넉달째 늘어 1068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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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개월만에 최대폭 6조 증가
전세대출 둔화 속 주담대 수요 껑충
전국 아파트 거래량 月3만호 넘어
연체율 느는데 빚 더 늘어 ‘경고음’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이 4개월 연속 늘면서 잔액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7월에만 약 6조 원이 늘어 2021년 9월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는 가운데 가계 빚 증가 속도가 빨라지면서 금융시장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068조1430억 원으로 전달보다 5조9553억 원 늘었다. 2021년 9월(6조4000억 원) 이후 전월 대비 최대 증가 폭이다. 가계대출은 올 들어 3월까지 감소세를 보이다 4월 이후 넉 달 연속 증가했다. 7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역대 최대다.

가계대출 증가는 주택담보대출이 이끌었다. 지난달 주담대는 5조9636억 원 증가해 가계대출 증가분을 웃돌았다. 이는 고금리로 급감했던 아파트 매매 수요가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 등의 여파로 회복된 데 따른 것이다. 국토교통부와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2월 이후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매달 3만 호를 넘어섰다.

한은은 전세자금 수요가 둔화된 반면 주택 구입 자금 수요가 이어지면서 지난달 주담대가 전달에 이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올 3분기(7∼9월)에도 주택 매매에 따른 자금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 관계자는 “6월까지 아파트 매매 계약이 회복세”라며 “계약 후 2, 3개월의 시차를 두고 주담대 실행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3분기에도 주담대가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는 이달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9일 기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79조6196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잔액(679조2209억 원)보다 약 3987억 원 늘어난 규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주택시장 회복을 이끈 수도권 위주로 주담대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담대를 제외한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은 높은 대출금리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으로 인해 83억 원가량 줄었다.

금융당국은 올 4월 이후 가계대출이 계속 불어나는 상황을 우려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10일 이세훈 사무처장 주재로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과 ‘가계부채 관련 점검 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 자리에선 특례보금자리론 금리 추가 인상 여부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필요할 경우 가계대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추가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택 거래량이 최근 회복되면서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이 증가하는 분위기”라며 “주담대를 비롯해 금융권별 가계대출 증가세를 꼼꼼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연체율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가계대출이 늘면 금융기관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5월 말 기준 은행권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37%로 전월(0.34%)대비 0.03%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주담대 연체율도 0.20%에서 0.23%로 상승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경착륙을 막기 위해 관련 대출 규제를 푸는 과정에서 가계대출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대출 증가 속도 조절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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