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이재명 대선 패배’ 닷새후 글 올려
“울분 터트리고, 슬퍼한 후 일어나야”
“정치인 사건은 기피 했어야” 지적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63)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판사가 재직 중 여러 차례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글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 안팎에선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권고 규정에 어긋난 것”이라며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할 수 있는 글을 올렸다면 정치인 사건을 스스로 기피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는 지난해 3월 10일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서 떨어지자 닷새 후 자신의 SNS에 “이틀 정도 울분을 터트리고, 절망도 하고, 슬퍼도 했다가 사흘째부터는 일어나야 한다”고 썼다. 이어 “포기하지 않고 자꾸 두드리면 언젠가 세상은 바뀐다”고도 했다. 대선 결과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대선 결과에 대한 감정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박 판사는 2021년 4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박영선 민주당 후보가 낙선한 후에는 중국 드라마 캡처 사진 여러 장을 올렸다. 사진에 담긴 한글 자막에는 “울긴 왜 울어” “승패는 병가지상사” “피를 흘릴지언정 눈물은 흘리지 않는다” 등의 표현이 담겨 있었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는 “SNS상에서 사회적·정치적 의견 표명을 하는 경우 자기 절제와 균형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품위를 유지해야 하고, 공정한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를 야기할 수 있는 외관을 만들지 않도록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권고 규정인 만큼 안 지키더라도 징계할 근거가 없다. 서울중앙지법은 “SNS 글은 본인이 올린 게 맞지만 이번 판결 선고와 상관없이 그 전에 삭제했다”며 “법관의 정치적 성향과 (정 의원) 사건 판결은 무관하다”고 밝혔다. 박 판사는 “판결 내용 외에 추가로 드릴 말씀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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