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대응기금 재원 불안정… 탄소저감 성과 큰 곳에 집중 지원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19일 03시 00분


국회기후변화포럼 세미나 개최
국내 기후대응기금 규모 2조 원, 유럽-일본 등에 비해 너무 적어
탄소배출권 수익 줄며 기금 축소… 재원 대비 쓸 곳 많아 비효율적
산업-연구개발 부문에 집중해야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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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이달 9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대한민국은 기후변화에 취약한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녹색 사다리’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며 ‘녹색기후기금(GCF)’에 3억 달러(약 4011억 원)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녹색기후기금은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돕는 기금이다.

이같이 국제사회뿐 아니라 각국에서는 자국 내 탄소 배출을 감축하고 기후변화를 막는 데 쓰일 기금을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2021년 8월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하자’는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한 후 지난해 ‘기후대응기금’이 만들어졌다.

14일 국회기후변화포럼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후대응기금 이행 점검과 활성화 방안’ 세미나를 열고 한국환경경제학회, 한국환경공단, 한국세계자연기금 등과 함께 2년 차를 맞는 기후대응기금 현황을 점검하고 개선책을 논의했다.

● 기후대응기금, 탄소배출권 시장 따라 출렁

가장 먼저 나온 지적은 기후대응기금의 규모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작다는 것이다. 지난해와 올해 기후대응기금 규모는 약 2조 원대로, 국내총생산(GDP)의 0.1% 수준이다. 유럽연합(EU)의 기후대응기금 중 산업 부문의 탄소저감 기술을 지원하는 ‘혁신기금’만 해도 약 200억 유로(약 29조5000억 원)다. EU GDP의 약 2∼3% 수준이다.

일본 역시 우리와 기능이 유사한 ‘녹색혁신기금’에 약 2조 엔(약 18조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오형나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는 “일본과 우리나라의 GDP 차이는 약 3배인데, 기후 관련 기금은 8∼9배 가까이 차이 난다. 우리나라는 해외에 비해 탄소저감 목표치는 높지만 절대적, 상대적으로 기후기금 재원이 적다”고 지적했다.

규모가 작을 뿐 아니라 재원이 불안정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기후대응기금의 주요 재원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의 유상할당수입이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들에 탄소배출권을 판매한 수입금을 뜻한다. 이 외에 에너지 세수의 7% 등 환경 관련 세금과 기타 회계 전입금 등으로 기금이 조성된다.

그런데 국내 탄소배출권 가격은 지난해 1월 t당 3만 원대에서 올해 1월 1만5000원대, 지난달 말에는 7000원대까지 떨어지는 등 급락하고 있다. 지난해 탄소배출권 판매 수입으로 약 7000억 원을 기대했으나 실제로는 4476억 원에 불과했다. 배출권 매각 대금 수입이 감소하면서 지난해 기금 규모는 당초 계획했던 2조3646억 원에서 2조1709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내년도 정부안 규모는 2조4158억 원으로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윤정주 기획재정부 기후대응전략과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배출권 가격이 오른 해외 주요국과 달리 한국은 2020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며 “안정적인 기후대응기금 운영을 위해 배출권 시장을 안정화하는 것이 주요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프랑스의 경우 EU 배출권 판매 수입을 이용하되, 모자랄 경우 일반 재정에서 어느 정도 금액을 옮겨 온다는 시기와 금액을 정해 놓고 있다”며 국내도 기금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진익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국장은 “현재로선 배출권 시장 수요공급상 가격이 올라갈 동력이 없어 보이는데 2024년 배출권 할당 수입 계획은 전년도와 비슷하다. 국회 심의에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기금 효율-성과 평가 분명해야”

기후대응기금 지원의 효용을 높이고 성과 평가를 할 필요가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기후대응기금은 △온실가스 감축(산업 분야 및 도시국토 저탄소화) △저탄소사업 생태계 조성(탄소중립 유망기업 및 인력 육성, 녹색금융 지원 확대) △공정한 전환(석탄 등 지역중심 대응체계 구축, 기후변화 취약계층 노동이동 지원, 기후변화 관련 국민인식 제고) △제도 기반 구축(탄소중립 R&D 등) 등 4가지 분야를 지원하는 데 쓰이고 있다.

오 교수는 “현재 적은 재원에 비해 기능이 굉장히 다양해 효용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소규모 프로젝트 등은 다른 재원으로 충당하고, 건물 및 수송 등 산업 부문 저감이나 성과가 좋은 대규모 프로젝트 위주로 지원하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감축 효과성을 고려한 기금 지원 대상 선정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석 한국개발연구원 재정투자평가실장은 “탄소 배출과 흡수량을 비교한 탄소중립 취약도 지수를 살펴본 적이 있는데 지역별로 격차가 있다. 탄소중립 전환이 취약해 지원이 절실한 지역 등에 집중하는 등의 방식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기후대응기금은 기재부가 총괄하지만 실제 집행은 16개 부처가 나눠서 한다. 그런 이유로 기금 집행 사업이 ‘성과관리 비(非)대상’ 사업으로 지정돼 성과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윤 과장은 “한정된 재원을 감안해 재정 투입 대비 효과성이 높은 산업 부문의 저탄소 전환기술 연구개발(R&D) 집중 등을 통해 운용의 효율성을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또 다부처 자금 관리 주체로서 여러 부처에서 유사 사업이 중복 집행되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하고 ‘기금 실무 협의체’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기후변화포럼#기후대응기금#재원 불안정#탄소저감#탄소배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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