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도 높고 안전하다? 채권투자 전 이것만은 알아야!

  • 주간동아
  • 입력 2023년 9월 30일 10시 19분


[김성일의 롤링머니] 2024년 개인투자용 국채도 출시… 투자수익·세금·위험도 확인 필수

요즘처럼 채권투자가 일반 대중 사이에서 인기를 모은 적이 있나 싶다. 주식이나 부동산과 달리 비인기 종목이던 채권 관련 소식이 언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계속 전해진다. 고금리 상황에서 기대되는 채권의 높은 이자수익과 금리 하락 시 기대되는 채권 가격 상승이 관심을 끄는 요인으로 보인다.

채권은 돈을 빌리면서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기로 약속하는 증권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채권/채무 형태가 존재한다. 돈을 빌리는 주체에 따라 국채와 회사채로 나누기도 한다.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와 중장기 대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중소기업은행이 발행하는 채권은 특수채권으로 중금채(중소기업금융채권)라고 부른다. 기간산업 개발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KDB산업은행이 발행하는 채권인 산금채(산업금융채권)도 있다. 우리가 쉽게 접하는 예적금도 채권의 일종이다.

‘부자들의 전유물’로 통하던 채권투자가 최근 대중화되고 있다. [GETTYIMAGES]
‘부자들의 전유물’로 통하던 채권투자가 최근 대중화되고 있다. [GETTYIMAGES]


투자적격등급도 안전하지 않다? YES
대출은 예금과 반대로 은행이 고객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은행 신용도는 높지만 고객 신용도는 낮기 때문에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높게 형성된다. 채권 역시 발행자(돈을 빌리는 쪽) 신용도에 따라 금리가 다르다. 국채나 중금채, 산금채 등은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기에 신용등급이 높고 채무불이행(돈을 갚지 않는 행위) 위험이 거의 없어 금리가 낮다. 투자에 대한 위험이 낮은 만큼 수익도 적은 것이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와 S&P, 피치는 각 나라의 신용등급을 매긴다. 무디스와 S&P가 부여한 한국 신용등급은 3번째 등급인 AA(Aa2)다. 이는 프랑스와 같은 등급으로 매우 높은 신용도다. 일본과 중국의 신용등급은 A+(A1)로 우리보다 두 단계 낮다. 피치 기준으로도 한국은 영국 등과 같은 4번째 등급으로 중국보다 한 등급, 일본보다 두 등급 높은 신용도를 갖는다. 국채 신용도는 국채를 발행한 국가의 신용도와 같다. 한국 국채 역시 국제적으로 매우 신용도 높은 채권임을 알 수 있다.

회사채의 경우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 신용도에 따라 이자율이 정해지며 파산 위험이 있는 만큼 국채보다 이자율이 높다. 이자율이 높은 회사채에 투자하기 전에는 반드시 발행 기업의 신용등급을 점검해야 한다. 신용등급은 가장 높은 신용도인 AAA부터 AA→A→BBB→BB→B→CCC→CC→C→D까지 단계적으로 매겨진다. BBB 이상을 투자적격등급으로 분류하며, BB 이하는 투자부적격등급이라고 한다. 마지막 D는 부도(default) 상태를 말한다.

자신이 투자하려는 회사채가 투자적격등급(BBB 이상)이라 해서 무조건 안전하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신용평가사가 매긴 신용등급을 100%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례로 2014년 6월 금융감독원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에 중징계를 내렸다. 금융감독원 특별감사 결과 동양그룹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법정관리 신청 전후 B~BBB에서 D로 급격히 하향하는 등 신용평가 업무가 부적절하게 이뤄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신용평가사들이 신용평가 업무를 수주하려고 관행적으로 대상 기업에 대해 우호적 평가를 내리는 등 평가 독립성이 훼손된 정황도 다수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만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 중 하나는 주택저당증권(MBS)과 이를 묶어 만든 부채담보부증권(CDO)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이 상품들의 신용에 최고 등급(AAA)을 매긴 신용평가사들이 문제였다.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 중 하나인 S&P는 CDO에 AAA 등급을 매겼다. AAA 등급은 해당 증권이 5년 안에 지급불능이 될 가능성이 0.12%(850건 가운데 1건)밖에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S&P가 AAA 등급을 매긴 CDO 가운데 약 28%가 지급불능이 됐다. 이 말은 CDO의 실제 지급불능률(부도 가능성)이 S&P의 예측보다 200배 이상 높았다는 뜻이다. 신용평가사들은 CDO를 발행하는 금융회사로부터 돈을 받는다. 그것도 평가할 때마다 받기 때문에 CDO가 많을수록 돈을 많이 버는 구조다.

채권은 변제(돈을 갚는) 순위에 따라 구분되기도 한다. 선순위 채권은 회사가 해산하거나 파산할 때 먼저 변제받을 수 있고, 후순위 채권은 그다음 순서로 변제받는다. 후순위 채권 이자율이 선순위 채권보다 당연히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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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채권에 담긴 특약은 무조건 좋다? NO
채권에 특약이 담긴 신종 채권들도 있다. 전환사채는 채권자의 요청이 있으면 발행 회사 주식으로 전환 가능하다는 특약이 있다. 채권의 이자수익 외에 주식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을 노릴 수 있으나, 일반 채권보다 이자율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주가가 하락하면 전환사채 가치가 하락하는 주가 의존성 역시 단점이다. 또 다른 신종 채권인 수의상환채권은 발행 회사가 채무를 조기 상환하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투자자 의도와 달리 계약이 조기 종료될 수 있다는 단점과 그런 이유로 이자율이 높다는 장점이 공존한다. 신종 채권에 투자할 생각이라면 특약에 따른 장점이 있는 만큼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단점도 있다는 것을 상기하고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채권은 예금과 달리 만기 전 양도(매매)가 가능하다. 이때 매매 가격은 시장금리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보자. 4월 27일에 3% 이자를 주는 1년짜리 예금에 1000만 원을 넣었다. 만기인 내년 4월 27일에 1030만 원을 받게 되니 이 예금의 가치는 1030만 원이다. 다른 말로 “4월 27일 현재 가격이 1000만 원인 채권(예금)의 가치는 1030만 원이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런데 다음 날인 4월 28일 금리가 올라 4%가 됐다고 치자. 금리 4% 때 예금을 하면 예금 가치는 1040만 원이 된다. 이때 어제 구입한 채권(3% 예금)은 만기(내년 4월 27일)에 이자로 30만 원을 주지만 오늘 산 채권(4% 예금)은 만기(내년 4월 28일)에 40만 원을 준다. 즉 어제 산 채권(3% 예금)은 오늘 금리가 오름으로써 상대적으로 손실이 났다. 금리 기준으로 약 1% 손실의 하루치다. 오늘 손실액은 아래와 같이 계산할 수 있다.

손실액=1000만 원×(4%-3%)×364÷365 = 9.97만 원


즉 어제 1000만 원을 넣고 가입한 3% 예금의 가치는 여전히 1030만 원이지만 오늘 금리가 4%로 상승함으로써 9.97만 원어치 이자를 손해 본 셈이다. 어제 산 채권(3% 예금)은 이자 손해만큼 인기가 떨어졌을 테고, 그만큼 싼 가격에 거래된다. 이처럼 채권 가격은 수시로 변한다. 채권에 투자할 때 만기까지 정해진 이자를 받겠다는 전략이라면 그사이 발생하는 가격 변화는 상관없을 것이다. 하지만 도중에 사정이 생겨 채권을 양도해 현금화해야 한다면 이런 가격 변화 위험이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채권투자 이익은 2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이자수익이고 다른 하나는 매매차익이다. 이자수익은 채권이 발행될 때 약속된 이자로, 채권증서에 명시된 표면이자에 따른 수익이다. 이자수익에는 예금과 마찬가지로 이자소득세 15.4%가 부과되며 이자수익이 2000만 원을 넘으면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이 된다. 반면 매매차익은 만기 전 채권을 매도할 경우 가격 차이에 따라 발생하는 수익으로, 개인투자자는 세금이 없다.

정부는 내년 개인투자용 국채를 선보일 예정이다. 일정 금액을 개인투자용 국채에 넣어두고 만기에 이자와 함께 수령하는 방식으로, 은행 예금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 대신 만기가 10년이나 20년으로 길고, 최소 10만 원에서 최대 연 1억 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 개인용 국채금리는 시장금리와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투자용 국채의 장점은 만기 보유 시 분리과세 혜택과 가산금리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예금으로만 자금을 굴리는 경우 종합소득세 위험에 노출되는데, 이런 사람들에게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최소 10년에서 20년간 돈이 묶여 유동성 문제가 발생한다. 중간에 해지하면 종합소득세 등을 내야 할 수 있다. 10~20년간 장기투자의 기대수익이 예금 금리 수준이라는 것 역시 단점이다. 이 정도 투자 기간이 확보된다면 주가 지수에 투자하거나 적절한 자산배분 투자로 훨씬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금 관점에서 저율과세나 분리과세가 장점이 되려면 수익이 우선시돼야 한다.

절세가 투자수익보다 우선이다? NO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이용하면 세금을 줄일 수 있다. ISA는 계좌 내에서 수익과 손실을 합산해 순이익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손익통산이 장점이다. 순이익 200만 원까지는 비과세, 비과세 한도를 초과하는 수익은 9.9% 저율 분리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ISA 납부 한도는 연간 2000만 원이며, 최대 1억 원까지 넣어 굴릴 수 있다. 과세 혜택을 보려면 최소 3년 만기를 채워야 한다. 절세 혜택을 위해 추가로 납부하고자 한다면 만기가 된 ISA 자금을 연금저축으로 이전하고 새로 ISA를 개설하면 된다. ISA 만기 후 연금저축으로 이전하는 자금에 대해서는 최대 300만 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또 세액공제 대상 이외 금액에도 과세이연, 저율과세 혜택을 준다.

예금, 채권, 주식, 부동산 할 것 없이 투자를 결정할 때는 기대수익과 예상 위험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세금 역시 수익을 갉아먹는 요소이기에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다만 세금이 낮다는 이유가 우선시돼서는 안 된다. 가장 우선시해야 되는 것은 투자수익이 물가상승분보다 높아야 한다는 점이다. 예금 실질금리는 1년 넘게 마이너스 상태다. 채권투자를 할 때도 기대수익이 마이너스는 아닌지, 감내할 수 없는 위험이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하는 습관을 갖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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