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승인을 받기 위한 내놓은 시정 조치안 내용이다. EU 경쟁 당국이 독점을 우려하고 있는 한국~유럽 4개 (프랑크푸르트, 파리, 로마, 바르셀로나) 여객 노선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이 운수권을 저비용항공사(LCC)인 티웨이항공에 넘기면서, 항공기와 조종사, 승무원까지도 주기로 한 것이다.
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최종 시정 조치안을 10월 말에 EU 경쟁 당국에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EU는 유럽 4개 노선과 한국과 유럽 전체를 오가는 화물 노선 전체에 대한 경쟁 제한성(독점)이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한항공은 티웨이항공에게 A330 여객기와 이를 운영할 수 있는 조종사와 승무원을 보낸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티웨이항공은 A330-300 항공기 3대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3대의 항공기로는 아시아나항공이 다니던 유럽 4대 노선을 모두 운영할 수 없다. A330-300은 항속거리를 고려했을 때 한국~파리 노선을 다니기 어렵다.
대한항공은 올해 12월 말 혹은 내년 1월 초에 EU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고, 내년 11월까지는 시정조치를 완료해 최종 통합 승인을 받겠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그때까지 티웨이항공이 기재를 추가로 도입하고 조종사와 승무원까지 충당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이에 대한항공이 항공기와 인력을 모두 제공하면서 경쟁 제한성 우려를 불식시키려 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는 대한항공 직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계획이다. 대한항공 승무원 일부가 티웨이항공으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한 대한항공 기장은 “A330 기장들의 분위기가 싱숭생숭하다. 소속 바꾸는 건지 파견 형태인지는 모르겠지만, 소속이 바뀌는 문제라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티웨이항공과 임금 차이도 나고 승진 및 진급 문제도 문제다. 혼란이 예상될 수밖에 없는데, 직원들은 그저 경영진의 결정만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A330 기재가 아닌 다른 기재를 빌려줄 가능성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기존 유럽 노선에 A350-900과 B777을 투입했다. A350은 좌석 수가 311석이고 B777은 약 300석이다. 그러나 대한항공 A330-300은 272~284석, A330-200은 218석이다. 아시아나항공이 기존에 띄우던 항공기의 좌석 수가 더 많다. 티웨이항공이 A330 시리즈를 받아서 아시아나항공이 띄웠던 횟수와 같게 운영한다고 해도, 총공급석이 부족해진다. EU 경쟁 당국은 아시아나항공만큼의 공급석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좌석이 줄어든다는 건 항공 운임이 올라갈 수 있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공급석을 맞추기 위해 B787(좌석 수 269석)이나 B777(261~338석) 등의 기재를 보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한항공은 화물 분야 독점 우려 해소를 위해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사업을 분리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사실상의 구조조정이나 다름없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화물 사업을 매각하면 조종사들도 이동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은 지난달 26일 공식 성명을 내고 통합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인수합병을 핑계로 대한항공의 독점 체제를 만들어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객 운임이 오르고 화물 단가는 치솟을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의 슬롯과 화물을 반납하고 껍데기만 인수하면 어떻게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의 고용을 유지하겠느냐“고 주장했다.
아시아나항공 노조 관계자는 “구조조정이 없을 것이라는 건 거짓말이었다. 통합에 따른 시너지는커녕 1+1은 1도 안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통합의 취지가 완전히 변질 됐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통합인지, 무엇을 위한 건지 근본적으로 다시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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