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서울 중구 을지로의 한 고깃집을 찾은 직장인 정모 씨(30)는 삼겹살 1인분(200g) 가격이 지난해 말 1만60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오른 걸 보고 당황했다. 지난주 대형마트에서 산 삼겹살 한 근(600g)은 지난해 말보다 500원 정도 쌌지만, 식당 고기값은 오히려 올랐기 때문이다.
최근 돼지·소 등 고기값이 소폭 떨어졌지만 식당 판매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선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등 운영비 부담을 가격 인상 이유로 들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원가가 떨어지는데 가격을 올리는 ‘눈속임 인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10월 돼지고기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0.2% 하락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식당에서 사 먹는 삼겹살과 돼지갈비 물가는 각각 2.8%, 4.3%씩 올랐다. 소고기 소비자 가격도 같은 기간 국산과 수입 각각 3.1%, 0.1%씩 내렸으나 외식 물가는 2.2% 상승했다.
고기값은 내렸는데 식당 고기 가격은 오르자 소비자들 사이에선 불만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서울 시내 대형마트나 정육점에서 판매하는 삼겹살 200g 소비자가격은 6일 기준 5330원으로 1년 전(5514원)보다 약 3% 내렸다. 반면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9월을 기준으로 서울 외식 삼겹살 200g 가격은 1만9253원으로 약 2% 올랐다.
고기값은 같아도 1인분 중량을 줄이는 방법으로 사실상 가격 인상에 나선 식당도 적지 않다. 과거 대다수 식당에서 돼지고기 1인분 정량을 200g으로 내걸었다면 최근엔 150∼180g으로 정하는 식당이 늘고 있다. 직장인 김모 씨(26)는 “은근 슬쩍 1인분 정량을 20∼30g씩 줄이면서 안내도 없는 식당이 많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식당 사장들은 인건비와 전기·수도·가스 요금 등 운영비 상승 부담이 커졌다는 입장이다. 소상공인들이 주로 쓰는 ‘일반용 전력(갑) 저압전력’ 기준 요금은 지난해 여름 이후 세 차례에 걸쳐 kWh(킬로와트시)당 28.5원 인상되며 지난해보다 17.3% 부담이 커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7일 기준 적상추 상품 100g 소매가격은 1142원으로 1년 전(956원)보다 약 19% 오르는 등 부자재 가격도 오름세다.
박영수 한국외식산업연구원장은 “통상 식자재는 식당 전체 지출의 40% 정도로 인건비와 전기료 등 유지비 비중이 크다”며 “채소 등 밑반찬 재료값 상승까지 겹치며 주 메뉴 가격에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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