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FIRM]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이 말하는 두 번째 임기의 과제
역대 첫 연임 회장…어깨 무거워, ‘민생 3법’ 도입 등 직역보다 정의에 집중
법관평가 인사에 반영해 판결의 질 높여야
법조인 정보 공개 서비스 이달 론칭 앞둬
2021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최초로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에 당선된 김정욱 회장(44·변호사시험 2회)은 회장 임기가 2년으로 바뀐 1985년 이후 처음으로 올해 1월 재선에 성공했다. 첫 2년 임기에 이어 두 번째 임기의 반환점을 지나는 지금도 김 회장은 ‘국민 권익 보호’에 직결된 법조계 현안 대응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변리사, 노무사 등 ‘인접 자격사 관련 소송대리권 법안에 대한 대응책 마련’과 ‘법관평가 반영 실질화’ ‘법조인 정보데이터서비스 출시’ 등을 남은 임기의 중점 과제로 꼽았다.
‘최초의 로스쿨 출신 회장’이라는 타이틀에 이어 ‘첫 연임 회장’ 타이틀도 얻은 김 회장은 앞선 임기 동안 법조계 현안 중에서도 국민 민생과 직결된 문제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다는 평가가 많았다. 특히 한국법조인협회(한법협) 회장 시절 그가 처음 명명한 ‘민생 3법(징벌적 손해배상제, 집단소송, 디스커버리 제도)’의 도입은 그가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한 사업으로 꼽힌다. 김 회장은 “지난 임기 때부터 계속 강조해 왔듯 우리 직역만을 위한 주장을 하지 않고 국민 권익을 보호하고 사회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그런 정책들 추진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임기의 반환점을 도는 김 회장을 이달 6일 서울 서초구 서울변호사회관 집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연임 임기 반환점을 돌고 있다. 소회가 있다면.
“서울지방변호사회 116년 역사상 가장 긴 회장 임기를 소화하게 된 만큼 어깨는 무겁고 마음은 급하다.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것들은 지난 3년간 많이 자리 잡았는데 정책 입안 부분은 총선 등이 맞물리며 법안 처리에 어려움이 있다. 법조계는 특히 이슈가 다방면에 걸쳐 있어 대응할 부분이 많은 데다 국민 권익을 위한 제안도 ‘직역 이기주의’라는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각도 있어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제 목표는 지난 임기 때부터 계속 말해왔던 것처럼 우리는 직역만을 위한 주장을 하지 않겠다는 것.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고 또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그런 정책들을 꾸준히 해나가겠다.”
―인접 자격사의 소송대리권 법안 논의가 많다.
“현재 국회에 노무사, 변리사, 행정사 등 각 분야의 심판 등에 있어 소송대리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의 여러 직역 법안이 발의돼 있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는 비유하자면 의료기기 제조 회사의 영업사원이 스스로 ‘장비 전문가니까 이제 의사로 일하겠다’고 하는 것과 같다. 소송에서는 주장과 요건 사실과 입증 책임이 엄연히 다르고, 이를 소송대리인이 제대로 모르면 피해는 소비자가 입게 된다. 변호사를 제외한 거의 모든 전문 자격사는 소송에 관해서는 일반인에 가깝다. 비전문가에 의한 소송대리는 특정 수임 시장에서 전관예우를 강화할 뿐이다. 예컨대 변리사에게 소송대리권을 부여한다면 특허사건 수임 루트를 독점하고 있는 변리사들과 공무원 출신 전관들이 합법적으로 소개해 알선료를 챙기는 우회로가 될 수 있다. 이는 결국 소송 총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세계 어느 나라도 이런 방식으로 소송대리권을 넘겨주지 않는다. 변호사 업계는 10년 전부터 항상 기존의 직역을 서로 존중하자고만 말한다. 반면 다른 직역에서 변호사의 ‘소송대리’ 업무를 달라고 하는데 밥그릇 욕심을 내려는 건 누구인가.”
―법관평가는 어떻게 활용해야 한다고 보는가?
“법관평가는 서울변회에서 처음 시작해 현재는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매년 1만 명이 넘는 변호사들이 번거로움을 감수하고서 평가한다. 우수 법관은 수십 명의 평가자에게 공통적으로 90점 이상을 받고, 하위 법관은 50∼60점을 받는다. 당연히 하위 법관에 대한 피드백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법관평가 공개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의견도 많아서 고민하고 있다. 공통된 외부 평가에 대한 피드백 없이 국민을 위한 질 좋은 판결을 말하기는 어렵다. 법관 평가 자료를 법원장이나 행정처에 보내는데 법원에서 이를 법관 인사평가 등에 반영할 수 있는 유의미한 자료로 써야 한다.”
―야간 로스쿨을 도입하자는 논의가 있다.
“단호하게 반대한다. 야간 로스쿨이란 발상은 ‘기회의 평등’으로 포장돼 그럴듯해 보이지만 현재 로스쿨 제도 역시 이미 장학금을 비롯해 학자금 전액 대출, 생활비 저리 대출 등 평등한 기회를 위한 인프라를 갖춰 놓은 상태다. 일을 그만두고 공부해도 변호사시험 문턱이 높다는 평이 많은데 야간 로스쿨 출신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굉장히 낮을 수밖에 없다. 결국 시험 문턱을 낮추자는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충분한 법적 지식을 쌓지 못한 사람에게 변호사 자격을 부여하게 되는 것이다. 변호사로부터 법률 조력을 구해야 하는 국민들이 피해를 떠안게 될 것이다. 로스쿨 제도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나면 절대로 야간 로스쿨 이라는 엉터리 해법을 제시할 수 없다. 지금은 거짓 지식인들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법조인 정보 데이터 서비스 론칭을 앞두고 있다.
“법조인 정보 데이터 서비스는 이를테면 ‘변호사 정보은행’이라고 할 수 있다. 변호사 정보가 과거처럼 기업의 영리 목적으로 쓰여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있었고, 이에 따라 변호사법에 따른 법조인 명부 공개 권한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만들게 됐다. 서울변회를 포함한 14곳 지방변회의 동의를 이미 마친 상태다. 1차적으로는 12월까지 서울변회 회원들에 대한 명부를 공개하고, 2차적으론 내년 초까지 지방변회를 포함한 명부를 공개할 계획이다. 회원들이 법조인 정보를 확인하거나 국민들이 변호사 신분 등 기본적인 약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정도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다른 서비스도 준비 중이라고 들었는데….
“변호사들의 업무를 덜어줄 수 있는 사건 관리 및 업무지원 프로그램도 무료 론칭을 준비 중이다. 자체 사건 관리 프로그램을 가진 대형 로펌과 달리 영세한 법률사무소 등은 진행 중인 수십 건의 사건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곤 한다. 이번에 업그레이드 중인 프로그램을 통해 진행 중인 사건들의 서면 및 증거 제출 기일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판례를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국민들이 변호사를 통해 이용하는 법률 서비스의 질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취임했다. 바라는 점이 있다면.
“사건 관리 프로그램 등을 준비하면서 법원에 판례 공유를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지만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 변호사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면 혜택은 결국 변호사를 이용하는 국민들에게 가는 만큼 협조가 이뤄졌으면 한다. 법관평가 역시 법원이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개선이 이뤄질 수 있는 체계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다. 판결이 특정 이익 단체나 정당에 대해 편형적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정치적 중립을 엄격하게 지켜 법원의 신뢰를 세워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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