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바다 헤엄쳐 익수자 구조… “해경 훈련 큰 도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27일 03시 00분


물에 빠진 차량서 운전자 구한 박진석 부산해경 경장
공수항 앞바다에 추락한 차량… 맨몸으로 100m 헤엄쳐 접근
신고 15분 만에 운전자 구해… “해경 누구라도 똑같이 했을 것”

부산해양경찰서 박진석 경장이 익수자 구조에 사용하는 차량탈출용 장비(레스큐미)와 인명구조용 튜브를 들고 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부산해양경찰서 박진석 경장이 익수자 구조에 사용하는 차량탈출용 장비(레스큐미)와 인명구조용 튜브를 들고 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해양경찰관 누구라도 저처럼 대응했을 겁니다.”

26일 부산 해운대구 부산해양경찰서 송정파출소에서 만난 박진석 경장(33)은 앞서 바다에 추락한 차량에 타고 있던 40대 남성을 구조한 상황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박 경장은 10일 오후 7시 24분경 부산 기장군 공수항 앞바다에 차량이 빠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약 100m를 헤엄쳐 차량에 갇힌 A 씨를 구조했다.

박 경장은 “구조가 2, 3분만 늦어졌어도 자신이 위태로워졌을 거라고 A 씨가 거듭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며 뿌듯해했다. 당시 박 경장은 다른 동료와 순찰차로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 일대를 순찰 중이었다. 신고를 접수한 뒤 약 1km 떨어진 공수항까지 2분 만에 도착했다고 한다. 안전난간이 없던 부두에서 추락한 차량은 썰물에 밀려 부두에서 50m 넘게 떨어진 바다 위에 표류 중이었다. 후미등에 불이 들어온 차량이 점점 먼바다로 밀려나며 가라앉고 있는 걸 확인한 박 경장은 시급한 구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차량이 완전히 잠기면 구조자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 때문에 박 경장은 자신의 몸에 안전로프를 감지 않고 바다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이 안전줄은 익수자를 구조하는 해경 대원에겐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익수자와 함께 물에 빠질 수 있어 육상이나 연안 구조정의 대원이 현장구조에 나선 대원의 몸에 묶인 줄을 당겨 위험 상황에 대처하는 것. 박 경장은 “구조지점이 육상과 멀어 줄이 닿지 않고, 연안 구조정이 출동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았다”며 “상급자에게 이런 상황을 보고하고 슈트와 오리발을 착용하고 곧바로 입수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박 경장이 약 100m를 헤엄쳐 차량에 도착했을 때 A 씨는 창문을 두드리며 의식이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운전석에 앉은 A 씨의 어깨 위까지 물이 차올랐다.

박 경장은 “차량탈출용 장비(레스큐미)로 창문을 깨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선팅이 두껍게 돼있었는지 깨지지 않았다. 수압 때문에 차 문도 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경장은 차량 내부의 공기층이 최소화돼야 문을 개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에 그는 큰 소리로 “당황하지 말고 조금만 숨을 참고 있어 달라”고 외친 뒤 A 씨의 머리까지 물이 찼을 때 운전석 문을 당겨 구조자를 끌어냈다.

부산해경은 박 경장이 신고를 접수하고 A 씨를 물 밖으로 구조하는 데까지 15분도 걸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 경장은 “깜깜한 바다를 헤엄치며 나뭇가지와 비닐 등 각종 해양 쓰레기가 얼굴과 몸을 덮쳐 구조하는 데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며 “신속하게 생명을 구조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구조 후 저체온증을 호소한 A 씨는 송정파출소에서 1시간 안정을 취한 뒤 귀가했다. 부두에 차량을 바짝 주차했던 A 씨는 운전 미숙으로 바다에 추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경장은 해경의 정기적인 훈련이 A 씨와 같은 익수자 구조에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파출소의 모든 대원이 주 1회 송정해수욕장에서 1km 떨어진 해상에서 구조훈련을 하고 있다”며 “매년 시행하는 수영 평가 때문에 모든 해양경찰관이 수영장에서 개인 훈련도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경장은 “1년 내내 국내외 서퍼가 찾는 송정해수욕장을 관할하고 있다. 국민이 바다를 안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근무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박진석#부산해경#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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