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배영 간판 이주호
2017년부터 한국기록만 10개… 29년 만에 AG 배영 연속 메달도
최근 자비로 멜버른 전훈 다녀와… “세계무대서 ‘파이널 8’ 되고 싶어”
“물에 누워 있는 게 예전이나 지금이나 설레고 즐겁습니다.”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한국 남자 배영의 간판 이주호(28·서귀포시청)는 물속이 편하다고 했다. 사진 촬영을 위해 물 위에서 포즈를 취할 때 마치 침대에 누워서 하듯 자유롭고 여유로웠다. 2016년 처음 태극마크를 단 그는 7년간 국내 1인자 자리를 지키며 아시아의 강자로 거듭났다. 갑진년 새해를 앞두고 그의 눈은 세계로 향해 있다. 내년 2월 도하 세계선수권대회와 7월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배영의 새 역사를 쓰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주호는 2017년 10월 전국체전 남자 일반부 배영 200m에서 1분58초31로 개인 첫 한국기록을 세운 뒤 배영 100m, 200m에서 한국기록만 총 10차례 작성했다. 지난달 세계선수권 출전 국가대표 선발전 배영 200m에서도 1분56초05의 한국신기록을 세웠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획득할 당시 세웠던 종전 한국기록(1분56초54)을 0.49초나 앞당겼다. 올해 7월 후쿠오카 세계선수권,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10월 전국체전 등 국내외 대회들이 연이어 열린 탓에 ‘비시즌 대표선발전’에서 참가자 대부분의 기록들이 저조한 가운데 빛난 기록이다. 이번 대표선발전 34개 세부 종목에서 한국기록을 세운 선수는 이주호와 여자 자유형 100m의 허연경(18) 둘뿐이었다.
이주호는 “전국체전 이후 대표선발전까지 한 달 정도 시간이 있어 호주 멜버른으로 개인훈련을 다녀온 게 효과를 본 것 같다”고 했다. 이주호는 5월 대한수영연맹의 전략육성 지원 선수로 선발돼 비자유형 종목 선수 4명과 함께 멜버른에서 26일간 훈련했다. 이때 인연을 맺은 현지 관계자들에게 “다시 제대로 배워 보고 싶다”며 도움을 청했고 자비를 들여 혼자서 멜버른으로 떠난 것이다.
다시 찾은 호주에서 2015년 카잔 세계선수권 남자 자유형 200m 금메달리스트인 제임스 가이(28·영국) 등을 길러낸 졸 핀크로부터 4주간 집중 조련을 받았다. 이주호는 “외국 선생님의 눈에 나는 한국의 간판 선수가 아닌 세계 곳곳에 있는 여러 제자 중 한 명일 뿐이었다. 잘못된 동작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으로 지적을 해줬고, 나도 교정하기 위해 수없이 반복하고 연습하며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수영을 하며 가져온 여러 궁금증에 대해 계속 질문하고 피드백을 받으면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주호는 해외로 눈을 돌리기 전에도 국내의 유명 지도자, 클럽 등을 찾아가 노하우를 전수받는 데 적극적이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이주호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 2개(배영 100m 등)를 목에 걸었고, 올 항저우 대회에서도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획득했다. 1994년 히로시마 대회 배영 200m에서 2연패한 지상준(50) 이후 29년 만에 아시안게임 2개 대회 연속 메달을 획득한 배영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이주호는 새해 ‘한국 배영 최초’ 타이틀에 도전한다. 지금까지 세계선수권과 올림픽 수영에서 8명이 겨루는 결선 무대에 오른 한국 배영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이주호는 배영 200m 한국 기록을 처음 세울 때만 해도 국제 경쟁력에서는 밀렸지만 지난달 세운 1분56초05는 2021년 올림픽, 올해 세계선수권이었다면 모두 결선에 오를 수 있는 수준이다. 이주호는 “최근 황선우(20), 김우민(22) 등 후배들이 자유형에서 한국 수영의 위상을 높여 왔고 이런 모습들을 보며 나도 자극을 받았다. 기록을 더 줄여 내년 세계선수권과 올림픽에서는 배영에서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이주호는 후배들이 열고 있는 한국 수영의 르네상스에 힘을 보태기 위해 새롭게 배우고 훈련하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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