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 ‘메가 프로젝트’ 사업 여력에 관심
하림, 현금성 자산 1조5000억 규모… 양재 토지담보 대출-분양 수익 계획
“HMM 유보금은 경쟁력 위해 사용”
노조선 “명문화해서 구속력 갖춰야”
서울시가 하림이 보유한 서울 서초구 양재동 옛 한국화물터미널 땅의 개발 계획을 조건부로 통과시킴에 따라 하림의 사업 여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HMM 인수도 함께 추진 중인 하림이 벌이는 2개의 ‘메가 프로젝트’에 필요한 사업비만 13조2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하림의 현금성 자산의 8배가 넘는 규모여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양재동 개발 사업에는 6조80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6조4000억 원 규모의 HMM 인수 대금을 더하면 13조2000억 원으로, 하림그룹 자산 규모인 17조910억 원의 77%에 이른다. 하림의 현금성 자산은 1조5000억 원 규모에 그친다.
하림의 ‘믿을 구석’은 양재동 땅 그 자체로 꼽힌다.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양재동 부지는 현재 가치가 2조 원을 호가한다. 2016년 하림이 4525억 원에 매입한 뒤 지가가 4배 가까이 오른 것. 토지를 담보로 대출을 일으켜 물류센터 건설비에 충당하고, 주거 시설은 분양 수익을 통해 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HMM 인수의 경우 여전히 자금 조달에 대해 물음표가 붙고 있다. 특히 인수 과정에서 KDB산업은행 측에 영구채 전환을 3년간 유예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 알려져 HMM 노조 등의 반발을 샀다. 영구채 전환 요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하림은 3년간 배당금 약 2800억 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이를 인수 자금에 사용할 수도 있다.
하림이 인수 이후 HMM이 보유한 10조 원의 유보금을 활용해 막대한 인수 자금을 충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림 측은 “유보금은 HMM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써야 한다”며 이 같은 전망을 부인했지만 HMM 노조는 여전히 의문을 표하고 있다. 하림이 감당해야 할 인수 금융 2조 원에 대한 이자만 1000억 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만큼 하림이 HMM 유보금에 손 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기호 HMM 육상노조위원장은 “HMM 유보금을 쓰지 않겠다고 하는 건 현재로선 ‘말잔치’에 불과하다”며 “진정성 있는 주장이라면 매각 조건에 ‘유보금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분명히 명문화해서 구속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HMM 노조는 27일 HMM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에 공문을 보내 ‘HMM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관련한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인수 관련 평가보고서, 구체적인 매각 조건 등을 노조에 공개하라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건설과 해운 둘 다 경기에 민감한 업종인데 내년 업황이 모두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대로라면 하림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