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 지으면서 올 한 해 동안 무엇을 잘했는지, 못했는지에 대한 글을 정리해 보기로 했다. 이건 개인이나 회사, 단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더 나은 삶과 미래를 위해 각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세상 밖으로 태어난 지 두 돌밖에 안 된 아이의 폭풍 성장 기록을 보면서 시간이 정말로 야속하게도 빠르게 지난다는 생각이 든다.
며칠 전 필자는 막내 아이 성탄절 기념행사에 참여했다. 어린아이에게 1년이란 세월이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다는 사실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기어 다니며, 남을 보면 울고 보채는 아이였지만 이제는 무대에 서고 싶지만 서지 못해서 속상해하는 아이로 바뀌어 버렸다.
한편으론 매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배 속에 생기고 태어나 자라는 속도대로 우리 인류가 더 커 나가는 것은 아닐까. 다만 아이들의 성탄절 기념행사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부모의 표정에서 피로와 힘듦이 고스란히 드러나 보였다. 모두가 바쁜 일상을 잠시 벗어나 사랑하는 아이를 보러 온 것이었지만 행사가 시작된 지 30분도 채 안 돼 행사가 언제 끝날까 생각하는 듯, 시계 보기 바쁜 사람들도 있었다.
한국에서 생활한 지 얼마 안 된 외국인의 경우 한국이 아이를 양육하고 키우기 좋은 환경으로 인식한다. 필자도 이에 동의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생활한 지 오래된 외국인의 경우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한국에서 오래 생활한 사람들은 점점 한국을 닮아간다고 생각한다. 자기도 모르게 한국화된다는 이야기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가정의 경우 아이 양육비 및 교육비에 적게는 몇십만 원, 많게는 몇백만 원을 쓴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 젊은층의 경우 결혼과 출산에 대해 많은 부담감을 느낀다고 한다. 한국에서 살지 않은 외국인이나 외국 사람들은 한국은 선진국임에도 불구하고 왜 결혼과 출산, 양육을 기피하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는 목소리가 많다. 실질적으로 필자 또한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는 편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어린이집이나 학교는 무상으로 공급되며, 급식도 무상으로 나오는데 도대체 무엇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아이를 안 낳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필자는 결혼한 후 10년 이상의 혼인 기간을 유지한 사람이다. 혼인 기간도 비교적 오래되고 아이 둘을 양육하면서 아이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귀한 존재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셋째를 낳는다면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존재한다. 혼인한 적 없거나 자녀를 출산 및 양육한 적 없는 사람이라면 ‘이미 아이를 출산한 사람이 뭐가 두렵지’ 하는 질문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사람은 필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들어 한국의 저출산 및 인구 문제에 관한 수많은 뉴스를 볼 때마다 자식 걱정이 잦아진다. 우리는 자식에게 정말 빛이 아닌 빚을 안기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좀처럼 아이 낳을 생각이 없다는 것을 현실에서도 느낄 수 있다. 막내 아이가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의 경우 집에서 버스 다섯 정거장, 도보로 왕복 1시간 10분 거리에 위치한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아이가 다닐 수 있는 어린이집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물론 집 근처 좀 더 가까운 곳에 어린이집이 있긴 하지만 입소 대기 기간이 길어 2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날이 갈수록 물가가 상승하고 맞벌이를 해도 경제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은 현실 속에 셋째 아이와 넷째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은 엄두가 안 나는 상황이다. 지면에는 언급하지 못하는 수많은 외부적 요인도 존재한다. 물론 아이를 낳을 수도 있지만 남들과의 비교 문화가 발달한 대한민국에서는 더 이상 아이를 낳고 기를 용기가 없다. 이에 대한 해답이 무엇인지를 한 번 더 고민하면서 2023년을 마무리 짓는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