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신청을 계기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증권사,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은행 등 제1금융권보다 부동산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큰 제2금융권은 위기 대응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제2금융권의 부동산PF 대출잔액은 은행, 보험에 비해 적지만 연체율은 현저히 높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 9월 기준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6조3000억 원으로 연체율은 13.85%에 달했다. 대출잔액이 9조8000억 원인 저축은행 연체율은 5.56%였다. 카드 등 여신전문금융회사는 대출잔액 26조 원, 연체율 4.44%로 집계됐다. 농협, 수협 등 상호금융은 대출잔액 4조7000억 원, 연체율 4.18%다.
제2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익스포저 규모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부동산 PF 익스포저 지수는 여신전문금융회사, 저축은행, 증권사가 각각 5년 전보다 4.33배, 2.50배, 1.67배 급등했다.
통상 제2금융권은 은행 대출이 어려운 저신용 사업장에 돈을 빌려주기 때문에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전체 PF 대출에서 브리지론(사업 초기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저축은행이 58%로 가장 높았다. 이어 캐피털사(39%), 증권사(33%) 등의 순이었다. 브리지론은 부동산 개발사업 과정에서 공사 시작 전 초기 단계에 투입되는 대출로,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공사가 진행되지 못하면 떼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에 한은도 28일 발표한 ‘2023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부동산 경기가 다시 위축될 경우 부동산 PF 관련 금융기관들의 손실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며 “특히 손실 흡수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되는 금융기관들은 자산 건전성 저하에 대한 우려와 함께 예금이 인출될 경우 유동성 관리에 애로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만약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의) 시장 영향이 커진다면 정부와 협력해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정부 대응이 위기 확산을 차단하는 데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리스크에 더 취약한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레고랜드와 같은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도 “내년 하반기에도 고금리 기조는 유지될 것이기에 당국의 조기 수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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