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다 갔다. 연말에만 할 수 있는 이 특별한 말을 차곡차곡 쌓다 보면 어디에 도착할까. 우리는 분명 ‘한 생애가 다 갔다’는 말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갔다는 것은 끝이라는 말. 그러니까 연말은 죽음이라든가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때다. 한 해의 끝은 일종의 작은 죽음이고 한 해의 시작은 일종의 작은 탄생이다. 우리는 매해 달력의 마지막 날을 기점으로 상징적인 죽음과 탄생을 연습하게 된다.
오늘의 시는 김선우의 신작 시이자 아흔이 넘은 어머니와의 헤어짐을 기록한 작품이다. 지면상 앞부분만 소개하지만 문예지에는 장장 6페이지에 걸쳐 어머니의 삶이 펼쳐져 있다. 여기서 시인은 죽음이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한다. 오늘날 자연스럽게 죽는다는 것은 일종의 축복이다. 축복 속에서 떠날 준비를 하는 어머니를 시인은 뭉클하고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사실, 우리는 그렇지 않은 죽음들을 알고 있다. 죽지 않아야 할 때 가버리는 사람, 준비도 못 하고 떠나는 사람을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이 보았다. 그래서일까. 가족에게 보살핌받으며 지구를 떠날 준비를 하는 시 속의 어머니는 부럽기까지 하다. 죽음의 형태를 선택할 수 있다면 저렇게 가고 싶다. 훗날 어떻게 죽을지는 아직 결정할 수 없다고 해도 어떻게 한 해를 마무리할지는 결정할 수 있다. 꿈 같은 삶, 올해도 자연스럽게 잘 살았을까 생각해 보는 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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