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이 실적 개선에도 희망퇴직금과 성과급 규모는 오히려 축소하고 나섰다. 고금리가 길어지면서 손쉬운 ‘이자 장사’로 막대한 이익을 올리며 ‘돈 잔치’를 벌인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3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희망퇴직 조건은 모두 1년 전보다 더 나빠졌다.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올 1월 3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KB국민은행은 희망퇴직을 할 경우 특별퇴직금으로 근무 기간 등에 따라 18∼31개월 치 월평균 급여를 지급한다. 2022년(23∼35개월 치)보다 상·하단이 모두 줄었다.
9일까지 희망퇴직을 받는 우리은행 역시 1968년생과 1969년 이후 출생자에게 각각 월평균 임금 24개월 치, 31개월 치를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한다. 1967년생에게 24개월 치, 1968년 이후 출생자에게 36개월 치를 지급했던 1년 전보다 조건이 나빠졌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도 특별퇴직금 지급 규모가 최대 36개월 치에서 최대 31개월 치로 줄었다. 12월 31일 372명이 퇴직한 NH농협은행 역시 특별퇴직금 조건이 전년보다 나빠졌다.
지난해 9월 말까지 5대 은행의 누적 순이익이 전년보다 늘어난 상황에서 오히려 희망퇴직 조건이 나빠진 건 ‘이자 장사’에 대한 비판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실적 개선과 인력 구조 개편의 필요성에도 퇴직금 규모를 줄인 것은 노사 모두가 사회적인 분위기를 의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임금인상률과 성과급도 줄이고 있다. 지난해 결정된 은행권 임금인상률은 2.0%로 2022년(3.0%)보다 1.0%포인트 낮아졌고 최근 NH농협은행, 신한은행 등은 임금 및 단체 협상을 통해 성과급을 축소하기로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