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신춘문예]현실과 문학을 사유하는 일에 성의 다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1일 03시 00분


문학평론 ‘보나와 바비의 시간―되찾는 ‘여-성’들의 시간’
● 당선소감

황녹록 씨
황녹록 씨
글을 쓴다는 것, 그 글을 내놓는다는 것, 그것은 언제나 두려운 일이었습니다. 낯선 독자를 대면할 준비를 하기까지. 글의 바깥에 설 용기를 내기까지 오래 망설였습니다. 그러는 동안 공부와 글을 나누며, 서로의 텍스트가 되어 준 친구 선생님들 덕에 쓰기와 내놓기가 덜 어려워졌습니다. 이제 막 제가 저의 글을 사랑하게 되었을 때, 마침 이 광장으로 불려 나오게 되었습니다. 호명되던 그 밤, 환한 기쁨과 묘한 울림이 찾아와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설렘일지도, 두려움일지도 모를 그 밤의 떨림을 오래 간직할 작정입니다.

이제 막 광장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선 자리에서 다시 출발을 준비해야겠지요. 현실과 문학의 기호들을 응시하고 사유하며, 천천히 읽고 또박또박 쓰겠습니다. 마침내 저의 글이 삶과 문학의 섬세하고 민감한 기호가 될 수 있도록, 읽고 쓰는 일에 성의를 다하겠습니다.

어떻게든 쓰고 있던 작은 사람을 발견해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의 보람이 될 수 있도록 성실하게 독해하고 적극적으로 써 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하여, 아름다운 이름을 부를 수 있어 다행입니다.

느닷없이 나타난 때늦은 제자를 배려와 격려로 살펴주시는 김동식 교수님, 감사합니다.

강동호 교수님의 수업은 언제나 응원이자 용기이자 강한 부추김이었습니다. 아름다운 글이라고 스치듯 하신 말씀을 저는 내내 붙잡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서로의 독자가 되어 준 대학원의 다정한 친구들, 늘 내 기쁨인 서준, 현준, 세하, 그리고 가족들, 든든한 은희, 은주. 공부와 삶을 나누어주신 그동안의 친구 선생님들, 모두 근사한 배움의 시간이었습니다.

△1970년 부산 출생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석사 재학

여성 캐릭터 비교 통해 문학적 통찰력 제공


● 심사평


신수정 씨(왼쪽)와 김영찬 씨.
신수정 씨(왼쪽)와 김영찬 씨.
전반적으로 상향 평준화된 응모작들의 수준과 무관하게 비평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느낌이다. 한때 구체적인 문학 작품 속으로 이끄는 마중물이자 우리 문학의 향방을 가늠하는 준거로 기능했던 문학평론은 이제 아카데미의 수업용 과제 페이퍼로 그 명맥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듯하다.

‘‘살아서’, ‘있다’는 선언―최지인론’이나 ‘RE: 지난(한) 이야기와 다시 만난 미래―최미래론’, 그리고 ‘무언의 서사에 화답하는 방식―박선우론’이나 ‘텍스트의 ‘분열’과 그 ‘망아적(忘我的)’ 창조력―문보영의 ‘모래비가 내리는 모래 서점’’ 등은 텍스트에 대한 정교한 분석이 흥미롭고 가독성 있는 문장으로 자신의 논지를 전개할 줄 아는 내공이 든든해 보였다. 그러나 지나치게 학구적인 개념으로 일관하거나 텍스트 내부에만 시선이 고정되어 있어 다소 답답한 해석이 되어 버렸다는 점이 아쉬웠다.

상대적으로 우리 문학의 현장을 하나의 키워드로 묶고 범주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보나와 바비의 시간―되찾는 ‘여-성’들의 시간’이 돋보였던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한정현과 박민정의 소설 속에 나타나는 여성 캐릭터들을 통해 역사가 망각한 존재들의 이름을 상기하는 ‘보나와 바비…’는 최근 우리 문학의 관심사인 젠더 이슈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면서도 그 화두를 두 텍스트의 내용과 형식에 대한 내밀한 비교를 통해 논증해낸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비교의 과정이 두 텍스트의 해설에만 머무르지 않고 지금 이곳의 문학에 관한 하나의 통찰력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을 수상작으로 결정하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 당선을 축하하며 더 많은 정진을 바란다.

신수정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교수·김영찬 계명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2024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전문은 동아신춘문예 홈페이지 (https://sinchoon.donga.com/)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2024 신춘문예#문학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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