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심에서 다뤄진 단편소설에서 비슷한 유형, 성향의 작품은 거의 없었다. 그만큼 각자의 목소리를 내며 소설을 쓰는 사람(작자)이 많아지고 있다는 반증처럼 여겨졌다. 문제는 일단 쓰인 이상 혼자만의 것이 아닌 그 소설에 독자의 관심과 주의를 끌 만한 설득력이 있는가다.
점점 쇠잔해가는 순수예술을 상징하는 듯한 극장의 리모델링 과정을 보여주는 ‘극장에서’는 차분하고 정교하다. 다만 메타포로 읽힐 때의 힘이 예상된 결말을 뒤집지는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닮은 그림 찾기’는 ‘읽을 맛’이 나게 하는 ‘말맛’이 있다. 비교적 긴 분량임에도 술술 잘 읽히는 것도 강점이다. 하지만 풍성한 서술에 비해 이야기 자체가 약하다는 점이 아쉬웠다.
‘저먼핀셔가 잠드는 새벽’은 ‘답이 없는 질문’으로 뒤덮인 시대적 징후를 보여주는 듯한 작품이다. 다소 추상적이고 복잡해 보인다는 점에서 세공이 더 필요할 듯하다.
당선작인 ‘오랜 날 오랜 밤’은 다른 작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야기가 풍부하면서 살아 있다.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주인공의 내면과 일상이 독자에게 쉽게 전달되고 자연스럽게 공감과 공명을 이끌어내는 듯하다. 과장 없이 삶을 바라보는 성숙한 시선이 느껴지고 절제된 서술과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호흡의 문체로 어딘지 익숙하면서도 자꾸 돌아보게 하는 점도 돋보인다. 다음에도 이 신춘에 맞은 새로운 작가의 잔잔하고도 참신한 이야기에 기꺼이 귀를 기울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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