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피습]
형법상 모욕죄는 피해자 고소 필수
욕설-저주 일일이 찾아 고소 힘들어
일부선 ‘증오 발언 규제법’ 제안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을 계기로 유튜브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확산하는 강성 지지층의 극단적인 증오 발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현행법상 이를 막을 근거가 없어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총선 국면에서 지지하지 않는 정치인을 겨냥해 욕설과 저주, 비난을 쏟아내더라도 공직선거법상 비방죄는 당선이나 낙선 등 선거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사실을 적시해야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증오와 편견을 강화하는 발언을 규제하는 ‘증오 발언 규제법’을 제정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공직선거법상 비방죄는 선거 입후보 예정자나 후보자와 그 가족에 대해 당선이나 낙선 목적으로 사실을 적시해야만 적용된다. 허위사실공표죄 역시 선거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한 허위 사실인지를 따진다. 즉, 상대를 향해 무작정 쏟아내는 욕설, 저주 등은 처벌을 피해 갈 수 있다는 것. 선관위 관계자는 “사실을 적시하지 않은 주관적인 의견, 평가는 비방죄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형법상 모욕죄는 공공연한 욕설, 저주도 처벌 대상으로 삼지만 당사자가 일일이 이를 찾아 고소해야만 재판에 넘길 수 있다. 즉, 정치인들이 자신에 대한 증오 발언을 일일이 찾아내서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제출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이에 학계에서는 경찰이 모욕죄에 해당하는 발언들에 대해 선(先)수사, 후(後)고소 요청을 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경찰 수사 자체는 고소 없이도 진행할 수 있는 만큼 총선 전 정치인 대상 증오 발언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 작성자를 특정한 뒤 피해자들에게 고소를 요청하자는 것.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피습 사건을 계기로 비상식적인 욕설을 하는 사람에게 철퇴를 가해 공론장을 정화해야 한다”고 했다. 여야가 일종의 ‘증오 발언 대책팀’을 꾸려 모욕죄에 해당하는 발언들을 일일이 수사 의뢰해 엄단, 근절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지역적 특성, 정파적 색채 등 편견을 강화하는 발언을 규제하는 ‘증오 발언 규제법’을 신설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해외의 엄격한 증오 발언 규제를 참고해 한국도 정치적 증오 발언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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