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미제였던 ‘울산 다방 여주인 살인사건’의 피의자가 12년 만에 밝혀졌다. 피해자의 손톱 밑에서 채취한 미량의 유전자(DNA)가 단서가 됐다. 이 피의자는 2013년에도 다른 다방 주인을 폭행해 2년간 복역한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경찰청은 강모 씨(55)를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강 씨는 2012년 1월 9일 오후 9시 27분경 울산 남구 신정동의 한 다방에 들어가 혼자 있던 여주인 김모 씨(당시 55세)를 살해하고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씨는 옷이 벗겨져 다방 바닥에 쓰러진 채 발견됐고, 목이 졸린 흔적이 있었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하고 인근 가게와 인력사무소 등을 탐문하며 500명가량을 조사했으나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했다. 다방 손님들도 알리바이가 있었다. 남은 단서는 김 씨의 손톱 밑에서 발견된 DNA였다. 경찰은 이 DNA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맡겼으나, 남성과 여성 등 여러 명의 것이 섞여 있어서 범인을 특정할 수 없었다.
자칫 영구 미제로 묻힐 뻔한 이 사건은 국과수가 미량의 유전자를 증폭해 검출하는 기술을 도입하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나왔다. 경찰이 2019년 10월 해당 DNA를 국과수에 다시 의뢰했고, 남성의 DNA만 분리해 내는 데 성공한 것.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 이춘재를 붙잡을 때도 이 기술이 사용됐다.
마침 범죄자 데이터베이스에 울산 사건에서 확보한 것과 똑같은 유전자가 등록돼 있었다. 강 씨가 2013년 1월 울산 울주군 언양읍에서 다방 여주인을 폭행해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할 때 채취한 것이었다. 경찰은 강 씨의 범행을 입증하기 위한 추가 증거를 수집하는 등 3년간의 보강 수사를 벌인 끝에 지난해 12월 27일 경남 양산의 한 여관에서 강 씨를 검거했다.
강 씨는 체포 직후 범행을 부인했으나, 경찰이 프로파일러를 동원한 끝에 “여주인에게 성관계를 요구했지만, 거부당하자 모멸감을 느껴 범행했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방경배 울산경찰청 강력계장은 “범죄 피해자와 가족의 원을 풀기 위해서라도 미제 사건은 꼭 해결해야 한다”면서 “미제 사건에 대한 시민의 적극적인 제보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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