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 대신 인맥 쌓기에 치중
정치적 임기응변에 능수능란
브렉시트 사태서 문제 드러내
◇옥스퍼드 초엘리트/사이먼 쿠퍼 지음·김양욱 최형우 옮김/288쪽·1만8000원·글항아리
1940년부터 지금까지 영국의 총리는 총 17명. 그중 13명이 옥스퍼드대 출신이고, 2010년 이후 배출된 총리는 모두 이 학교를 나왔다. 옥스퍼드대는 어떻게 영국 정계를 장악할 수 있었을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보리스 존슨, 데이비드 캐머런 등 전직 영국 총리들과 비슷한 시기에 옥스퍼드대를 다녔다. 하지만 상류층에 사립학교 출신인 이들과는 달리 저자는 런던의 공립학교를 나왔다. 옥스퍼드대의 ‘비주류’였던 것. 저자는 1980년대에 그가 경험한 옥스퍼드대가 어떤 집단이었으며 ‘옥스퍼드식’ 교육을 받은 정치인들이 왜 영국인들에게 매력적인지, 또 그 카르텔이 어떤 고질적인 문제점을 갖는지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옥스퍼드대의 엘리트 집단이 다른 나라의 엘리트들과 구분되는 특이점은 10대 때부터 형성된 인맥이다. 이튼 같은 사립 기숙학교 학생들이 10대 때부터 인맥을 쌓아 옥스퍼드대에 입학한다. 귀족 가문의 상류층 부모를 둔 이들은 중산층 출신의 동기생들을 이방인 취급한다.
이들에게 ‘노력파’나 ‘공부벌레’와 같은 수식어는 모욕으로 여겨진다. 대신 ‘노력하지 않는 우월성’을 추구한다. 이들은 대학에서 학과 공부는 최소한으로 하고, 각종 정치 토론 클럽 등에 가입해 정치 감각을 익히며 장차 의회 진출을 준비한다. ‘넓고 얕은’ 지식으로도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글과 웅변 실력을 갈고닦는다. 캐머런 전 총리에 대해 당시 관저 직원은 “한 번도 접해본 적이 없는 주제에 대한 브리핑을 몇 분 안에 소화한 다음 국제 정상회의에서 이를 설득력 있게 주장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저자는 “옥스퍼드대 졸업생들은 영국 근대사에서 지배계급이 어떤 사람들인지 보여주는 완벽한 예시”라고 말한다.
옥스퍼드대 출신 정치인들의 문제점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난 건 브렉시트 사태 때였다. 영국의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브렉시트에 대해 이들이 구체적인 통계나 자료에 근거하지 않고 화려한 언변을 내세워 찬반 논란을 벌인 것. 캐머런 등 유력 가문 출신의 ‘찐 엘리트’와, 존슨처럼 옥스퍼드대를 나왔지만 평생 최상류층으로 인정받기 위해 분투한 ‘아류 엘리트’ 사이에 다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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