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방 여주인 2명을 잇달아 살해해 5일 체포된 이모 씨(57)는 범행 후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폐쇄회로(CC)TV가 드문 개천 등을 걸어서 이동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이 씨는 ‘강해 보이려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일산서부경찰서는 7일 이 씨를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했다. 이 씨는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7시경 경기 고양시의 한 다방에서 60대 여주인 A 씨를 숨지게 한 뒤 이달 4일 밤부터 5일 오전 1시 반 사이에 양주시의 다방에서 또 다른 60대 여주인 B 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는 범행 당시 총 60만 원가량을 훔친 혐의도 받고 있다.
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씨는 A 씨를 살해한 뒤로도 사흘간 파주시의 고시원 등 원래 주거지 인근에 머물렀다. 범행 직후 고시원에서 옷을 갈아입었고, 이달 1일 경찰이 그를 A 씨 살인의 용의자로 특정한 다음 날(2일)에도 인근의 한 치킨집에서 무전취식을 하고 돈통을 훔쳐 달아났다. 경찰은 무전취식 신고를 받았지만 이 씨와 연결 짓지는 못했다.
이 씨는 도주 과정에서 CCTV가 미치지 않을 것 같은 개천이나 공원 등을 위주로 걸어 다녔고, 현금만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사흘간의 동선을 추적했는데 인도가 있는 쪽이 아닌 개천 쪽으로 걸어가 추적에 난항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2일 밤 파주시에서 서울까지는 지하철을 이용했지만, 이후 4일 밤 경기 양주시로 이동할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꼬박 이틀을 걸었다. 추적을 따돌리기 위한 목적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 씨는 양주시에서 B 씨를 살해한 뒤 강원 강릉시로 달아났다.
경찰은 5일 오전 8시 반경 B 씨가 숨진 채로 발견된 뒤 CCTV 추적에 나섰고, 이 씨의 걸음걸이 등을 단서로 수사망을 좁혀 같은 날 오후 10시 44분경 강릉시 길거리에서 그를 붙잡았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들이) 나를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강해 보이고 싶어서 범행했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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