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것을 떠나 새로움을 ‘도배’해 보자[2030세상/배윤슬]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8일 23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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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도배사가 가장 많이 쓰는 도구 중 하나는 뒤에 주걱이 달린 칼이다. 주걱의 두께나 모양, 재질에 따라 종류가 다양한데 작업자마다 선호하는 칼이 다르다. 그동안 나는 한 종류의 칼만 사용해 오다가 최근 조금 더 작고 날렵한 칼로 바꾸었다. 아직 손에 익지 않아 연장 가방에서 자꾸 다른 연장을 꺼내기도 하고, 크기가 작아지는 바람에 손에서 자주 놓치기도 한다. 하지만 두툼하고 큰 칼에 비해 좁은 부위의 작업이나 섬세한 작업이 가능해졌다. 수시로 새 연장을 사용하고 비교 분석을 하는 사람들과 달리 나는 늘 같은 연장만 사용하는 편이다. 손에 익은 연장을 쓰면 불편함 없이 매끈하게 작업할 수는 있지만, 다른 연장이 가진 장단점을 파악해서 내게 적합하고 능률적인 새로운 연장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줄곧 사용하던 연장처럼 사람이나 일에도 익숙해지게 마련이다. 도배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었다. 도배 작업부터 시작해서 현장 곳곳의 모습들이 신기하고 궁금했다. 이건 왜 이럴까? 저건 왜 저런 방법으로 할까? 늘 물음표투성이였다. 그러나 6년 차인 지금은 모든 게 당연해서, 이건 원래 이런 것이고 저건 그냥 저렇게 하는 거라며 무심히 지나치게 된다. 처음 도배를 시작한 사람들이 현장에 와서 낯설고 두려워하면서도 신기하고 궁금해하는 모습을 보면, 익숙함에 젖어 있는 내 모습이 덮치듯 다가와 나를 놀라게 한다.

서투르지 않은 상태가 되어 몸과 마음이 조금씩 편해지다 보니 새로운 도전에 대해서도 점점 망설이게 된다. 그동안 죽 일해 온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은 내게 이미 익숙하고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도 주변에 많지만, 구축 아파트라든가 상가처럼 낯선 곳에서 처음부터 새롭게 배워야 하는 도배 작업에는 선뜻 도전하기가 어렵다. 처음 도배를 시작했을 때는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선 것이 당연해 충분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고 어려움이 닥쳐오더라도 더 용기 내어 버틸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다. 어느새 도전을 겁내고 주저하고 있다.

나는 이제 이 익숙함을 경계하려 한다. 어떤 일이 자연스러워지고 능숙해진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만큼 배움과 성장도 더뎌지고 줄어드는 것도 사실이다. 계속해서 발전하기 위해서는 새롭고 낯선 것들을 보고 배우며 서투른 상태에 놓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서투름이 능숙함으로 바뀌는 과정이 곧 성장 아닐까.

새로운 해, 새로운 나이가 아직은 낯설고 어색하다. 어떤 한 해가 될지 겁도 나고 기대도 된다. 나는 스스로를 낯설고 어색한 환경에 놓아보려 한다. 2024년이라는 숫자와 한 살 많아진 내 나이가 익숙해질 때쯤 되면 나도 또 다른 새로운 일에 익숙해져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익숙한 환경에서 내가 잘하는 일을 하는 것 그리고 사람들에게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편하고 자신 있지만, 나는 가장 두렵고 불편한 도전을 하고 그 안에서 용기 내어 버티는 힘을 다시 길러보고자 마음먹는다. 올해의 내 목표는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도배#배윤슬 도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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