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연구팀, 명문대 12곳 조사
누구나 응시 가능 ‘표준시험’ SAT… ‘내신’ GPA보다 성과 우수 확인돼
GPA는 명문 사립고 출신에 유리… MIT “SAT, 공정-다양성에 도움”
미국의 표준화된 대학입학시험인 SAT나 ACT 점수가 고교 학점인 GPA보다 대학 진학 후 학점은 물론 취업과 같은 졸업 후 성과를 더 뚜렷하게 보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미 명문대에서 우수 학생을 선발하려면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과 유사한 SAT나 ACT 점수를 보는 게 내신 성적 격인 GPA 결과를 보는 것보다 확실했다는 의미다.
지난해 6월 미 연방대법원이 대학 입시에서 비(非)백인계 학생을 우대하는 ‘소수인종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을 폐지한 후 일부 진보주의자들은 “백인 학생의 평균 점수가 높은 SAT가 교육 불평등을 강화시킨다”고 불만을 표했다. 하지만 하버드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 표준화된 시험이 실제로는 학업 역량 측정을 위한 우수 지표임이 드러난 셈이다.
● GPA보다 SAT 우수자, 대학 학점 높아
연구팀은 하버드대, 예일대 등 미 북동부 8개 명문대 ‘아이비리그’에 스탠퍼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을 더한 미 12개 최상위 명문대 ‘아이비플러스(+)’에 2017∼2022년 입학한 학생의 GPA, SAT 및 ACT 점수와 이들의 대학 학점 간 상관관계(correlation)를 조사했다.
그 결과 SAT에서 1600점 만점을 받은 학생들은 1200점을 받았던 학생들보다 평균 약 0.43 높은 학점을 받았다. 반면 GPA 4.0 만점을 받은 학생과 3.2를 받은 학생의 대학 학점 차이는 0.10 미만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발한 2020년 이후 대부분의 미 대학들은 과거와 달리 지원자들에게 SAT 성적을 필수로 제출하지 않도록 했다. 이때 SAT 점수를 제출하지 않고 입학한 학생들의 대학 평균 학점은 약 3.3∼3.4였다. 반면 SAT 고득점자들의 학점 평균은 약 3.7이었다.
이 같은 경향성은 대학 졸업 후 성취에서도 확인됐다. 연구팀이 2010∼2015년 12개 명문대 학생들의 취업 현황을 조사한 결과, SAT 만점자의 약 45%는 유명 기업에 취업했다. SAT 1300점을 맞고 해당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의 유명 기업 취업률은 30%에 못 미쳤다.
뉴욕타임스(NYT)는 7일 연구팀의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전하며 ‘SAT 같은 표준시험이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 사다리를 걷어찰 것’이란 일각의 선입견이 잘못됐다고 진단했다. 대학입학 사정에서 SAT 비중을 줄이면 명문 사립고 학생만 체험할 수 있는 각종 과외 활동이 더 부각돼 우수한 저소득층 학생들의 명문대 입학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 MIT “SAT, 공정성-다양성에 도움”
미 교육전문 웹사이트 ‘베스트칼리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백인 학생의 SAT 평균은 1098점이었다. 흑인(926점)과 172점이나 차이가 난다. 이에 진보 진영 일각에서는 “백인과 비백인 학생의 SAT 점수 격차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대학들이 입학 때 SAT를 중시하면 비백인 학생이 불리해진다”고 주장한다.
반면 상당수 대학들은 “SAT 점수가 학생들의 능력을 더 정확하게 예측한다”고 믿으면서도 대중 일각의 이 같은 반발이 두려워 ‘SAT 의무 제출’ 등을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NYT는 진단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 2021년에는 입학생의 SAT 점수를 의무 요구하지 않았으나 2022년부터 다시 의무화한 MIT 측은 “SAT가 학생 선발의 공정성과 다양성을 높여 준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9월 입학한 MIT 1학년생의 31%는 흑인 및 히스패닉계다. 또한 1학년의 약 20%가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연방정부 장학금을 받고 있다.
이 연구에 참여한 데이비드 데밍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SAT가 없으면 가장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은 명문고를 졸업하지 않은 학생”이라며 “SAT는 이들의 생명선(lifeline)”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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