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자원 빈국이자 에너지 강국으로, 국내총생산(GDP) 1000달러당 에너지 공급량은 0.13TOE(석유환산톤)로 세계 4위에 이른다. 즉 국가의 부를 생산하는 데 에너지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우리가 그나마 합리적인 가격의 전기 에너지를 그동안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었다는 것으로 전력산업계 전체가 노력한 결과다. 특히 그중 전체 전력량의 27.4%를 생산하고 있는 원자력발전이 기여하는 바가 크다.
대량 생산이 가능한 유일한 무탄소 전원으로서 원자력발전의 활약은 앞으로 그 가능성이 더욱 기대된다. 또 그만큼 안전에 대한 기대도 높다. 그렇다면 원전의 가장 안전한 운전 상태는 언제일까? 아이러니할 수 있지만, 운전 중에는 원자로 출력 100%로 운전 중일 때라고 생각한다. 계획된 정비 기간을 제외하고는 원전의 출력이 떨어지거나 정지한다는 것은 점검이나 정비가 필요하다는 뜻이고, 이는 정상 운전 상태보다는 안전하지 않은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그럼 안전한 상태를 잘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원전 선도국인 미국은 2000년대를 전후해 ‘통합경영관리’를 도입, 운영 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이는 다수 호기 원전에 공통된 운영 방식을 적용해 마치 하나의 ‘함대(Fleet)’처럼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 방식으로, 실적이 좋은 원전의 운영 방식을 선별해 정형화된 표준으로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미국이 현재 92% 이상의 원전 이용률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이 바로 이 통합경영관리라고 할 정도로 국제적으로 검증받은 방법론이다.
통합경영관리를 위해서는 모든 관리가 합리적이고 기술적으로 충분한 근거가 제시되고 설명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엔지니어링 역량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원전 운영에서의 엔지니어링은 발전소 설비가 설계된 기능에 따라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진단·관리하는 기술이다. 엔지니어링 역량이 높아지면 발전설비의 안전성이 높아져 앞서 언급한 정상 운전 상태를 유지하기가 용이하다. 이를 위해서는 엔지니어링 업무의 전문화·분업화를 통해 역량 축적에 유리한 조직구조를 만들고, 각 발전소에서 동일한 종류의 업무를 수행하는 담당자들이 전문성을 공유·확산할 수 있는 유기적 협업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이 제도를 도입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전체 원전 운영을 도맡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최근 이를 벤치마킹해 경영 기법의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 같은 한수원의 엔지니어링 중심 통합관리 노력은 원자력 안전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무척 반가운 일이고, 국가 발전에 필요한 전기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을 갈망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도 기대되는 일이다. 통합경영관리는 해외로 원전을 수출하기 위해 갖춰야 할 요건 중 하나이며, 엔지니어링 전문성의 축적도 우리 원전 기술과 운영 역량의 우수성을 계속 증진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아무쪼록 한수원이 내부의 혁신 노력과 그 과정에 대한 투명한 공유를 통해 원자력 안전에 대한 국민 신뢰를 쌓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