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아파트 안전점검의 날’ 지정
노후 아파트 화재 안전관리 기준 강화
두 번째 수요일 대피 안내방송 훈련
자치구 사물인터넷 기반 알림 설치
“3층에서 불이 난 아파트에서 10층에 살던 주민이 옥상으로 대피하다가 계단에서 연기 흡입으로 사망했습니다. 뭐가 문제였을까요.”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소방서 5층 강당.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 4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임범준 소방안전교육담당 소방사가 이렇게 질문을 던졌다. 참석자들은 “옥상 문이 잠겨 있었던 것 아니냐” “옥상이 아니라 아래층으로 내려왔어야 했다” 등의 답변을 내놨다. 임 소방사는 “불이 나면 무조건 밖으로 대피해야 한다는 생각은 오해”라며 “외부에 연기가 가득 차 있을 때는 무리하게 대피할 경우 피해가 더 크다. 내부로 연기가 들어오지 않도록 창문을 닫고 119 신고 후 대기하는 게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 ‘아파트 안전점검의 날’ 지정
지난해 12월 서울 도봉구 아파트 화재로 2명이 숨지는 등 아파트 화재로 인한 피해가 최근 잇달아 발생했다. 이에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올해부터 매월 두 번째 수요일을 ‘아파트 안전점검의 날’로 지정한다고 9일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아파트 안전점검은 소방서에서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통해 가구별 소방시설과 피난 기구의 사용법 등을 안내하는 정도에 그쳐 왔다. 하지만 안전점검의 날로 지정된 10일에는 오후 7시부터 10분간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실제 화재 상황을 가정해 상황에 맞는 대피 안내방송을 하게 된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8일 시내 모든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를 대상으로 관할 소방서 소집 교육을 시작했다. 화재 시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정확한 초기 대응이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참석자들은 본인의 집에 불이 났을 경우와 다른 가구에 불이 났을 경우 등 화재 발생 장소에 따른 실제 상황을 가정하고 대피 방법에 대해 교육받았다.
예를 들어 본인의 집이 아닌 곳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화염·연기가 실내로 들어올 때와 아닐 때를 구분해 대처해야 한다. 실내로 화염·연기가 유입될 땐 다용도실 발코니 벽을 부수고 탈출할 수 있는 ‘경량칸막이’나 아래층으로 대피할 수 있는 하향식 피난구 등이 설치된 곳으로 대피해 구조 요청을 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화염·연기가 들어오기 전이라면 우선 창문과 방문 등을 닫은 뒤 119에 신고하고 구조를 기다리는 게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교육에 참석한 홍모 씨(70)는 “4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를 관리하고 있다 보니 최근 화재에 대한 걱정이 더 컸다”며 “오늘 강의를 들어보니 실제 불이 났을 때 상황별로 어떻게 안내해야 할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 화재 발생 매년 1월에 집중돼
서울시 화재 발생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2018∼2022년)간 1월에 발생한 화재가 2629건(9.5%)으로, 1년 중에서 가장 많았다. 1월에 집계된 인명 피해도 사망자 35명 등 총 210명으로 최다였다. 특히 1월에는 전통시장, 건축공사장 등 아파트 외의 장소에서도 화재가 빈번히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자치구는 겨울철 화재 예방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성동구는 최근 전통시장과 상점가의 총 196개 점포를 대상으로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한 화재 알림시설을 설치하고 노후 전선 정비를 마쳤다. 영등포구도 최근 화재 초동 대처 강화와 인명·재산 피해 최소화를 위해 화재 취약지역 50곳에 ‘보이는 소화기’ 148대를 설치했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보이는 소화기는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는 좁은 골목길 등에 설치돼 화재 초기 소방차 1대 역할을 한다”며 “큰불로 번지기 전에 신속하게 화재를 진압할 수 있어 골든타임 확보에 유용하게 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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