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작년 석달간 기획 검사
차명 법인 부동산 매매 100억 차익
사적으로 자금 빌려줘 ‘이자장사’도
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 PF 담당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PF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수백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기거나, 자금을 사적으로 빌려주면서 법정 최고 금리보다 높은 이자를 수취한 이들이 금융당국에 대거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0∼12월 국내 증권사를 대상으로 기획 검사를 실시한 결과 다수의 불법 관행이 적발됐다고 10일 밝혔다.
우선 한 증권사 임원 A 씨는 토지계약금 대출, 브리지론, 본PF 주선 등의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업장 개발 정보를 인지하고 500억 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남겼다. A 씨는 본인이 사실상 지배하는 법인을 통해 시행사 최대주주가 발행한 전환사채(CB)를 수천만 원에 취득한 뒤 500억 원에 매각했다. 자금 대여 시 회수 가능성이 큰 사업장에 대한 정보를 확인한 뒤 본인 법인을 통해 시행사에 700억 원을 빌려주고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40억 원을 받기도 했다. 금감원은 A 씨가 수수료를 수취하면서 법정 최고 금리(20%)를 위반하는 ‘이자 장사’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증권사 임원 B 씨는 회사 차원의 투자 검토 과정에서 수익성, 안정성이 뛰어나다고 판단한 부동산 물건을 차명 법인으로 11건(900억 원 규모) 구입한 뒤 임대수익을 거둬 왔다. 이후 3건을 처분해 약 100억 원의 매매차익까지 남겼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B 씨의 부하 직원이 실무를 맡은 사실과 해당 증권사의 법인 자금이 상당 부분 투입된 점을 확인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B 씨의 개인적인 일탈을 넘어 조직적인 차원에서 사익 추구 행위가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에서 다수 증권사의 내부통제 체계가 취약하다는 점도 확인했다. 또 다른 증권사의 경우 PF를 취급하며 심사, 승인받은 대출자가 아닌 다른 주체와 대출 약정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 영업부 차원에서 대출자를 임의로 변경했는데도 심사부가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에서 확인된 위반 사항에 대해 해당 증권사들을 제재 조치할 예정이다. 범법 행위로 판단되는 일부 사건의 경우 수사기관에 통보하기로 했다. 내부통제가 취약한 증권사에 대해선 이사회, 감사위원회 등과 직접 소통하며 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증권업계에서 비슷한 불법 관행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단호하게 대응할 계획”이라며 “증권사 자체 예방, 보고 체계 적정성을 점검해 내부통제 강화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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