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째 34년만의 최고치 기록 경신
美엔비디아 연일 사상 최고치 기록
일본 반도체 관련주들도 따라 상승
엔저 장기화에 수출주도 큰 기대
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평균주가가 34년 만에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일본 거품경제가 꺼지기 시작한 1990년 2월 이후 3만5000엔 선을 처음 돌파했다.
11일 도쿄증권거래소에서 닛케이평균주가는 전날보다 1.77%(608.14엔) 상승한 3만5049.86엔으로 장을 마쳤다. 닛케이평균주가는 10일에도 34년 만에 3만4000엔 선을 넘는 등 최근 사흘간 매일 최고치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3만1000엔 선까지 내려갔던 닛케이평균주가는 연말 ‘산타 랠리’를 구가한 미국 뉴욕 증시 강세의 영향을 받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미쓰이 이쿠오 아이자와증권 펀드매니저는 지지통신에 “미국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약해지고 기업 실적이 개선되면서 3만9000엔대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 증시 상승의 견인차는 단연 반도체 관련 종목들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미국 엔비디아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일본의 관련주들도 따라 오르고 있다.
이날 2.74% 상승한 일본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 도쿄일렉트론이 대표적이다. 도쿄일렉트론은 지난해 말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 12조 엔(약 108조 원)을 넘으면서 주가가 10년 전 대비 11배로 올랐다. 반도체 장비사 아드반테스트(1.63%), 소니그룹(3.54%) 등 다른 반도체 관련주들도 이날 상승했다.
엔-달러 환율이 140엔대에 머무는 엔저 장기화로 수출주의 실적 향상 기대감도 크다. 도요타자동차(3.61%) 등 자동차주, 이토추상사(4.50%) 등 종합상사 종목이 대표적이다.
올해부터 시작된 신규 소액투자 비과세제도(NISA) 도입도 주가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도입 10년 만에 개편된 신(新)NISA는 상품 구조가 단순해졌고 절세 혜택도 늘어났다. 그러자 개인투자자들이 NISA에 돈을 많이 넣으면서 증시에 자금이 풍부해졌다.
여기에 거품경제 후 최고가 기록을 연일 경신하면서 ‘지금 주식을 사지 않으면 안 된다’는 투자자들의 조바심도 강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연일 치솟는 장세로 ‘늦게 사면 안 된다’는 두려움이 퍼지면서 상승장에 기름을 부었다”고 분석했다.
일본에서는 당분간 지금의 상승세가 계속될 것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다테베 가즈노리 골드만삭스 일본주 전략가는 닛케이 인터뷰에서 “아직 (일본 주식) 매수 여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세계 증시에 투자하는 주요 펀드 투자자들이 미국 유럽 등에 비해 일본 증시 종목에 여전히 덜 투자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본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의 움직임이 향후 증시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에서는 거품경제 붕괴 후 ‘잃어버린 30년’을 겪으면서 조금만 오르면 바로 주식을 팔고 차익을 실현하려는 분위기가 크기 때문이다. 금융 완화를 축으로 한 ‘아베노믹스’가 단행된 2013년 주가가 단기 상승하자 일본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이 9조 엔(약 81조 원) 가까운 매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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