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더쿠’는 한 가지 분야에 몰입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덕후’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자신이 가장 깊게 빠진 영역에서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내고, 커뮤니티를 형성해 자신과 비슷한 덕후들을 모으고, 돈 이상의 가치를 찾아 헤매는 이들의 이야기에 많은 관심 부탁합니다.
티파니앤코와 롤렉스. 혹은 까르띠에와 파텍필립.
시계를 좋아하거나 럭셔리 브랜드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브랜드다. 하지만 ‘티파니앤코-롤렉스, ‘까르띠에-파텍필립‘와 같은 형태로 조합하면 어떨까? 생소하다. 두 브랜드 로고가 함께 새겨진 시계를 뜻하는 ‘더블 네임드 워치’가 매우 진귀한 상품이자 ‘핫’ 한 투자 상품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1800년대부터 이어진 돈독한 관계, 파텍필립과 티파니앤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더블 네임드 시계는 파텍필립과 티파니앤코가 만들었다. 2021년 12월 필립스 뉴욕 경매에 등장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레퍼런스(모델 번호) 5711/1A-018이 주인공이다. 파텍필립의 ‘노틸러스’라는 스포츠 모델인데, 두 브랜드 이름을 함께 새겼을 뿐만 아니라 다이얼을 티파니 블루* 컬러로 제작해 독보적인 디자인을 자랑한다. *‘티파니 블루’는 티파니앤코 브랜드를 상징하는 고유 색상이다. 색상 상표로도 등록돼 있다.
경매 낙찰가는 한화 약 84억 원($6,503,500)에 달했다. 경매에 출품된 시계 외의 상품은 미국의 뉴욕, 비버리힐즈 및 샌프란시스코의 티파니앤코 매장에서 독점 판매됐다.
이 시계는 파텍필립과 티파니앤코의 170년 동맹을 기념해 총 170개만 제작됐다. 170년이라는 숫자가 증명하듯, 두 브랜드의 돈독한 관계는 역사가 깊다. 티파니앤코는 1837년, 파텍필립은 2년 뒤인 1839년 설립됐다. 인연의 시작은 1851년이다. 스위스 브랜드인 파텍필립이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티파니앤코와 손을 잡은 해다. 파텍필립은 유통과 고객 관리 부담을 줄이면서 고급 시계로 이미지 메이킹하기 위해, 직접 진출이 아닌 파트너십을 맺는 전략을 택했다. 두 회사는 이때부터 시계를 공동 제작하기 시작했다. 파텍필립 본사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에도 ‘뉴욕 티파니 앤 컴퍼니의 에이전트’는 간판을 내걸고 상생 전략을 지속적으로 펼쳤다.
두 회사 동맹 관계는 지금도 여전하다. 미국 티파니앤코 매장에 방문하면 파텍필립 매장이 숍인숍(shop in shop)으로 입점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숍인숍에서 판매하는 시계는 모두 파텍필립-티파니앤코 더블 네임드 시계다. 티파니앤코 매장의 VVIP에게만 한정적으로 판매하는 상품이라 일반적인 방법으론 구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2021년 티파니앤코가 LVMH에 인수되면서 파텍필립-티파니앤코 더블 네임드 시계의 희소성은 더욱 높아지게 됐다. 앞으로 뉴욕에 있는 티파니앤코 살롱만이 파텍필립 타임피스의 소매를 맡을 것이라 하니, 더블 네임드 시계의 희소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심해의 압력을 견뎌내는 시계, 코멕스 롤렉스
명품 시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가 바로 롤렉스다. 지금은 명품으로 익숙하지만, 사실 롤렉스는 탁월한 기술로 인지도를 높인 브랜드다. 롤렉스는 1926년 세계 최초로 방수 기능을 탑재한 시계를 선보였다. 방수 시계는 당시로선 믿기 힘든 파격이었고, 금세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었다.
방수 시계의 초석을 놓은 롤렉스의 관심은 한층 더 깊은 바다로 향한다. 그리고 전 세계 롤렉스 수집가들에게 가장 소유욕을 불러일으키는 시계가 탄생하게 된다. 바로 코멕스(COMEX) 롤렉스다.
코멕스(COMEX, Compagnie Maritime d' Expertises)는 프랑스 마르세유에 본사를 둔 심해 연구 및 다이빙 전문 회사다. 롤렉스는 1967년 코멕스와 독점 파트너십을 맺고 심해 작업에 투입되는 다이버들에게 롤렉스의 '씨-드웰러(Sea-dweller)' 시계를 공급했다.
롤렉스 시계에 코멕스 로고가 더블 네임드 돼 있고 시계의 백케이스에 코멕스 사 다이버를 위한 고유의 번호가 있다면 그 시계의 가치는 엄청나다. 코멕스-롤렉스 더블 네임드 시계는 리테일에서 판매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롤렉스에서 판매하고 있는 씨-드웰러 시계에는 롤렉스 로고만 있다. 다이얼에 코멕스 로고를 인쇄해 모조품을 유통하는 곳이 있기 때문에, 구매할 기회가 있더라도 전문가의 조언을 먼저 구해야만 한다.
더블 네임드 시계의 희소성은 앞으로 더 높아질 것
다른 더블 네임드 시계도 경매에서 추정가를 훨씬 뛰어넘는 가격에 낙찰된 사례가 많다. 까르띠에와 파텍필립 로고가 새겨진 Ref. 2455가 대표적이다. 1952년 까르띠에가 파텍필립 시계를 부티크 매장에서 판매했는데, 이를 기념하기 위해 탄생한 시계다.
‘억’ 소리가 나는 이 시계들의 가격은 브랜드 그 자체의 명성 덕분이기도 하지만, 더 이상 구할 수 없다는 ‘희소성’이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더블 네임드 시계의 소장 가치와 미래 가치는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다. 앞으로 시장에 등장하는 더블 네임드 시계도 주목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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