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숭숭한 분위기속 희망-우려 섞여
“법정관리보다는 나은 상황 맞은듯”
이번주 회계법인 선정해 실사 돌입
구조조정 등 자구안 진통도 예고
“부모님이 회사가 망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을 많이 하셔서 괜찮다고, 문제없다고 여러 번 말씀드렸어요.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지만 하루빨리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졸업해야죠.”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태영건설 본사 1층 로비. 출근길에 만난 30대 남자 직원 A 씨는 “태영은 50년 넘은 회사고, 잠시 힘든 것일 뿐”이라며 보안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 채권단, 실사 위한 절차 돌입
14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회계 업계 등에 실사 법인 선정을 위한 제안서(RFP)를 발송했다. 이르면 이번 주초 회계법인을 선정하고, 이번 주말에는 회사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실사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회계법인은 태영건설의 자산부채 실사 및 존속능력 평가 등을 진행하고, 태영건설이 참여 중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60곳의 처리 방안도 검토하게 된다. 채권단과 태영 측은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자구계획 이행 방안, 채무 조정 방안, 필요시 주주 감자, 출자전환, 신규 자금 지원 등을 포함하는 기업개선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공식 확정된 12일 만난 태영건설 직원들은 워크아웃 개시에 대해 희망과 우려 섞인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30대 남자 직원 B 씨는 “구조조정이 동반된다고 하니 걱정은 된다”며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기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30대 여성 직원 C 씨는 “워크아웃이 결정되고 두려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법정관리보다는 나은 결정이라 한편으론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50대 남성 직원 D 씨도 “잘나가던 회사인 만큼 담담하게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태영건설은 부도라는 최악의 사태는 피했지만, 기업 정상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PF 사업장별 구조조정과 금융채무 변제, 자구책 이행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어서다. 직원들의 희망과 달리 태영건설 경영 정상화까지는 여전히 ‘가시밭길’이 남아 있다는 시각이 많다.
● 경영 정상화 위한 우선 과제 3가지
가장 시급한 문제는 전국 60여 개에 이르는 PF 사업장에 대한 구조조정이다. 채권단은 PF 사업장별로 대주단을 구성해 사업 진행과 매각 등 옥석 가리기를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개발 초기 단계인 브리지론 사업장 18곳은 상당수가 청산 혹은 매각 수순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브리지론은 미착공 단계로 토지 매입비만 빌린 상태를 의미한다. 분양을 앞둔 사업장도 기업 이미지 악화 등으로 실적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정상화 펀드 투입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상거래 채권을 변제하기 위해 태영건설이 5000억 원을 확보해야 하는 것도 숙제다. 근로자 임금과 공사 대금 등을 포함한 상거래 채권 상환용 자금은 태영건설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일부 협력업체들은 태영건설이 대금을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외담대)로 지급함에 따라 대금을 자체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태영건설에 직접 대출을 내준 ‘주채권단’과 개별 PF 사업장에 대출한 ‘PF 대주단’ 중 누가 자금을 지원할지도 관건이다. 정부의 ‘워크아웃 건설사 MOU 지침(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워크아웃 개시까지 발생한 부족 자금과 워크아웃 이후 PF 사업장 이외의 사유로 발생한 부족 자금은 주채권단이, PF 사업장 처리 방안에 따른 필요 자금은 대주단이 내야 한다. 결정이 어려울 경우 양측이 절반씩 자금을 지원한 뒤 사후 정산하게 된다.
회사의 체질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자구안을 이행하는 과정에도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계열사 에코비트, 블루원과 평택싸이로에 대한 매각 및 담보 제공에 시일이 걸릴 수 있다. 인적 구조조정 방안 역시 태영건설로서는 상당한 고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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