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알아갈수록 개가 더 좋아져요. 허영심 없는 아름다움, 오만함 없는 힘, 잔인함 없는 용기…. 결점은 딱 하나예요. 인간을 믿는다는 것.”
영화 ‘제5원소’(1997년), ‘레옹’(1995년) 등을 연출한 뤼크 베송 감독이 신작 ‘도그맨’으로 돌아왔다. 베송 감독은 이 영화의 주인공 ‘더글러스’에 대해 “지금까지 내가 창조해온 모든 캐릭터들의 집약체”라고 설명했다.
24일 개봉하는 ‘도그맨’은 아버지의 학대로 투견을 키우는 철창에서 자란 남자 더글러스(케일럽 랜드리 존스)의 이야기다. 굶던 개에게 몰래 먹이를 줬다는 이유로 갇힌 어린 더글러스는 흙바닥에서 짐승만도 못한 생활을 한다. 어느 날 분노를 조절하지 못한 아버지가 더글러스를 향해 총을 쏘고, 총알 파편이 척추에 박혀 하반신 불구가 된다. 구사일생으로 철창에서 벗어났지만 휠체어를 탄 그의 인생은 여전히 외롭다. ‘나를 배신하지 않는 건 나 자신과 오직 개뿐’이라는 것을 깨달은 그는 새로 태어나기로 결심한다. 키우던 수십 마리의 개들을 데리고 밤마다 부자들의 물건을 훔친다. 베송 감독은 어린아이가 아버지에 의해 4년간 철창에서 가둬져 자라다가 구출됐다는 뉴스를 보고 영화 시나리오를 계획했다. ‘그 아이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까’라는 상상에서 작품이 시작됐다고 한다. 영화는 베송 감독 특유의 미장센과 액션 템포가 잘 살아있다. 몇몇 장면에서는 ‘레옹’의 느낌이 되살아난다. 더글러스의 눈짓 하나만으로도 악당들을 응징하는 개들의 모습에선 블랙 코미디의 느낌이 풍긴다.
더글러스를 연기한 배우 케일럽 랜드리 존스는 스크린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장면을 압도한다. 혼자의 에너지만으로도 충분할 만큼 흡입력 있는 연기를 펼친다. 그는 제74회 칸 영화제에서 ‘니트람’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다. 베송 감독은 “그는 이 영화의 보물 같은 존재”라며 “더글러스는 복잡한 내면을 가진 인물이기 때문에 도전 슬픔 욕망 등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그의 사진을 보자마자 단번에 확신했다”고 했다. 존스는 사랑받고 싶은 욕망과 버림받았을 때의 처절함, 고통을 뚫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내려는 의지 등 복잡한 인간의 내면을 표현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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