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중산층 가정의 ‘상징’, 자녀들의 ‘필수 교양’으로 여겨졌던 피아노의 판매량이 급감했다. 부동산 시장 부실 등으로 좀처럼 경제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한때 중국의 고도 성장을 뒷받침했던 중산층마저 지갑을 닫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내수 부진, 경기 추가 둔화의 악순환을 야기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강도 높은 방역 정책의 여파 등으로 중국 인구가 2년 연속 감소한 가운데 젊은 노동인구가 줄고 고령층이 증가하면서 중국 경제의 ‘미부선로(未富先老·부유해지기 전에 먼저 늙는다)’ 위기도 현실화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장기적 불안 요인이 누적되고 있는 모습이다.
● 지갑 닫은 중산층… 피아노 판매 급감
17일 지무(極目)신문 등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피아노 판매량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3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역은 4년 전 대비 10% 수준으로 급감했다.
생활 수준이 높은 산둥성 지난의 한 피아노 판매점은 “2019년까지 연간 최소 500대 이상의 피아노를 팔았지만 지난해에는 50대도 팔지 못했다”고 공개했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단 1대만 팔았다고도 했다.
중국악기협회에 따르면 중국 최대 피아노 제조기업 주강피아노의 지난해 2분기(4∼6월) 영업이익 또한 한 해 전보다 149.2% 감소했다. 2022년 초까지 중국 전체의 피아노 교습소는 약 65만 개, 피아노 판매점은 2만5000개가 있었지만 지난해 말까지 약 30%가 폐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의 피아노 산업 전체가 붕괴 직전”이라고 하소연했다.
중국의 피아노 판매량은 8, 9%대 고도 성장이 일상이었던 2000년대 중반 이후 급속히 늘었다. 고성장으로 소득이 늘어난 중산층은 너나 할 것 없이 악기를 배우기 시작했고 특히 피아노가 각광받았다. 2008년 교육 당국 또한 중·고교 입학시험에서 피아노를 일정 수준 이상 치는 학생에게 가산점을 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2017∼2019년 중국에서 피아노를 배우는 사람은 약 4000만 명에 달했다. 당시 연간 피아노 판매량 또한 40만 대였다. 같은 기간 미국의 피아노 판매량(3만 대)보다 13배 이상 많았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이런 활황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 신생아 1000만 명 밑, 2년 연속 인구 감소
중국 내 피아노 판매량 감소를 두고 중산층이 일시적으로 지갑을 걸어 잠가서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피아노 레슨을 받을 자녀 수 자체가 줄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중국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심각하다. 17일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출생 인구는 902만 명, 사망자 수는 1110만 명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총인구는 2022년보다 208만 명 감소한 14억967만 명으로 집계됐다. 중국은 2022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61년 이후 61년 만에 처음으로 인구 감소를 경험했다. 이 감소세가 2년 연속 이어졌다.
특히 신생아 수가 2022년(956만 명)에 이어 2년 연속 1000만 명 아래로 떨어지면서 인구 감소를 견인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추세라면 인구 14억 명 선이 무너질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또 노인 비중은 늘고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감소했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14.9%에서 지난해 15.4%로 늘었다. 반면 노동연령(16∼59세) 인구의 비중은 61.3%로 한 해 전보다 0.7%포인트 줄었다.
이날 발표된 2023년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5.2%였다. 당국 목표치인 ‘5% 안팎’을 달성한 것이다. 하지만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5일 “중국이 인구 변화와 국제적 신뢰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근본적인 구조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올해 성장률은 4%대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