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때 법적 책임 소재 놓고 논란
관련법 개정안, 발의-무산 반복
“보건교사에 권한-보호장치 시급”
학교 내 중증·난치성(1형) 당뇨 환자의 치료 사각을 해소하려는 시도는 10년째 제자리다. 보건교사가 학생에게 줄 수 있는 약물 목록에 혈당 조절(인슐린) 주사를 포함하면 해결될 일이지만, 혹시 모를 법적 책임을 누가 부담할지를 두고 논쟁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11월 국회엔 ‘보건교사가 인슐린 투약 행위를 할 수 있도록’ 명시한 학교보건법 개정안이 처음 발의됐다. 하지만 무관심 속에 방치되다가 19대 국회 폐원과 함께 폐기됐다. 2017년 3월 국회가 재차 관련법 발의를 위해 유권해석을 요청했을 땐 보건복지부가 “보건교사가 인슐린을 투약할 수 있다”는 답변을 냈다. 하지만 의료행위를 ‘의료기관 내’로 정한 의료법과 상충된다는 논란이 제기되면서 결국 무산됐다.
2021년 10월엔 ‘소아당뇨 관리 지원법’ 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이번엔 복지부가 반대했다. 당뇨병은 심뇌혈관질환법의 관리 대상이기 때문에, 소아 등만을 대상으로 새 법을 만드는 건 비효율적이라는 이유였다.
정부와 국회가 제 역할을 못 하는 사이 환자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1년 말 3111명이던 전국 초중고 소아당뇨 환자는 2023년 4월 3855명으로 1년 4개월 만에 23.9% 늘었다. 혈당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장기 부전까지 일으킬 수 있는 심각한 합병증인 산증을 겪은 환자만 2022년 한 해 733명이었다.
환자 관리를 위한 지침조차 불명확해 보건교사의 혼란도 크다. 2019년 교육부가 배포한 소아당뇨 학생 관리 지침에는 인슐린 주사 투여에 관한 내용은 없고, “(환자가) 어려움을 겪는 경우 도움을 줄 수 있다”, “학생의 지지자 역할을 하라” 등 원론적인 내용만 들어 있다. 충남 홍성군에서 보건교사로 재직하는 손모 씨는 “지침이 불명확해 난감할 때가 많다”며 “일부 교사는 인슐린을 직접 주사해 주기도 하지만, 늘 문제가 생기면 어떡할지 불안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건교사에게 인슐린 주사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주되, 법적 책임으로부터 보호할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장두식 변호사는 “명백한 입법 공백”이라며 “보건교사에게 권한을 주고 투약 기록도 명확히 관리하는 방식으로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소아당뇨 환자 단체와 현장 의료인의 의견을 수렴하는 간담회를 19일 개최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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