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기기도 급감… KB 34% 감소
은행 “디지털 금융시대, 효율성 고려”
당국 “취약계층 금융 접근성 떨어져
별도 현장점검 나갈수있어” 경고도
대구 북구에 거주하는 A 씨(71)는 작년 하반기(7∼12월)부터 거래 중인 가장 가까운 시중은행에 가기까지 1시간 가까운 시간을 쏟고 있다. 도보 20분 거리에 있던 지점이 집에서 먼 다른 지점으로 통폐합됐기 때문이다. 그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라 버스를 타야 해 비용까지 든다”며 “시간과 비용 부담이 커져서 주거래 금융기관을 집 근처 신협이나 새마을금고 등 접근성이 높은 곳으로 바꿀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 영업점 축소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점포 수를 계속해서 줄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은 디지털 전환, 효율 극대화 차원에서 점포 정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점포 수(출장소 포함)는 3931개로 2019년 말(4661개) 대비 약 15.7% 감소했다. 점포 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2020년부터 줄곧 줄어들고 있다.
고령층의 이용빈도가 높은 자동화기기도 사라지는 추세다. 작년 6월 말 기준 KB국민은행의 자동화기기 수는 5627대로 2019년 6월 말(8495개) 대비 약 33.8% 줄어들었다. 우리(25%), 하나(13.5%), 신한(12.2%) 등의 자동화기기 감소 폭도 두드러졌다.
올해에도 은행권의 지점 폐쇄, 통폐합 작업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석 달 단위로 살펴보면 점포 수가 전 분기 대비 늘어난 경우도 있지만 연 단위로 봤을 때는 줄어드는 추세”라며 “고객 방문 수가 적은 점포를 폐쇄하는 건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의 시각에서는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고령자, 도서·산간 지역 거주자 등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아서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4월 ‘은행 점포 폐쇄 내실화 방안’을 내놓은 것도 이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럼에도 주요 시중은행의 점포 수 감소가 두드러지고 있어 당국과 은행권의 ‘보이지 않는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권의 가이드라인 이행이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 별도의 현장 점검을 나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 추가 방안이 나올지도 주목된다. 17일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는 ‘포용금융으로 다가서기’ 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취약계층을 위해 점포 폐쇄 대안 마련, 정책금융 채널 확대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의 공공재적인 성격을 고려할 때 금융 소외층을 위한 온라인, 모바일 금융 교육도 병행해야 장기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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