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 거부 피고에 ‘곤장칠 일’ 발언
평가대상 법관 754명중 752위도
“소명 안하면 공개”… 일부 신중론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가 ‘2023년 법관평가 결과’와 관련해 최근 5년간 ‘하위법관’으로 3차례 선정된 서울동부지법 판사의 실명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동부지법 민사재판부 소속 A 판사는 2020년, 2021년, 지난해 등 3차례 하위법관에 선정됐다. 하위법관은 10명 이상의 변호사로부터 평가를 받은 법관 중 법관평가 점수가 가장 낮은 순서대로 서울변회가 10∼20명의 인원을 선정한다. A 판사는 지난해 64.3점(100점 만점)을 받아 평가 대상 법관 1402명 중 1388위였고, 2020년엔 754명 중 752위, 2021년엔 745명 중 742위로 하위법관에 선정됐다. 지난해 법관 평가엔 서울변회 회원 변호사 2만2002명 중 2341명(10.6%)이 참여했다.
서울변회에 따르면 A 판사는 조정을 거부하는 피고에게 “억지를 부린다”고 말하거나 “예전과 같았으면 공권력에 순응하지 않으면 곤장을 칠 일인데 이제는 곤장을 칠 수 없으니”라고 하는 등 부적절한 발언을 한 사례가 다수 접수됐다고 한다. 전문성이 필요한 질문을 실무자에게 대신 설명하도록 한 변호인에게 “모르고 서면 쓰셨네?”라고 하거나 조정을 강요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동부지법 관계자는 A 판사와 관련해 “별도로 내놓을 입장이 없다”고만 밝혔다.
서울변회 회규는 A 판사처럼 5년 내 3회 이상 하위법관으로 선정될 경우 이름과 점수, 순위, 소속 등을 회원 및 언론 등에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상임이사회가 법관의 소명서를 검토한 뒤 공개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데, A 판사는 소명서를 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서울변회는 이사회에서 실명 공개 여부를 3차례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고, 23일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사회에선 실명을 공개하자는 의견이 많았지만, “특정 법관에 대한 과도한 사회적 비난 및 정치적 악용 등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됐다고 한다.
법조계에선 법원행정처나 각급 법원이 실태조사를 하거나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법원은 서울변회 등의 법관 평가에 대해 “재판에 부당한 간섭이 될 수 있다”며 대응하지 않아 왔다. 한 재경지법 부장판사는 “주관적 설문으로 이뤄지는 평가라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판사들이 많다”면서도 “다만 반복적으로 언급된 악성 재판 진행 사례 등은 개선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김정욱 서울변회 회장은 “수십 명의 변호사가 평가한 결과로 공정성이 담보된다”며 “평가 내용 역시 합리적인 재판 절차 진행과 관련한 내용이 대부분인 만큼 법원 차원에서 개선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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