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자회사 회계자료 미제출 쟁점
두산측 “해당 자료 없어” 입장 고수
금감원 “고의 누락, 중징계해야”
금융위내 “고의성 없어” 다른 의견
두산에너빌리티의 ‘회계 위반’ 여부가 이르면 이번 주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 자회사의 손실 반영 시점을 특정할 수 있는 회계자료 미제출을 어떻게 판단할 것이냐가 핵심 쟁점이다.
회사 측에서 관련 자료가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은 고의 누락을 강조하면서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굽히지 않고 있다. 금감원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두산에너빌리티는 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을 감당해야 될 수도 있다. 다만 금융위원회 내부에선 고의적인 분식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제시되는 등 기관 간 파워게임 양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분식회계’ 의혹, 이르면 24일 결론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서 24일 두산에너빌리티의 회계 위반 의혹과 관련한 안건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번 사안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인도 자회사인 두산파워시스템스인디아(DPSI)가 2016년 수주한 ‘자와하르푸르 및 오브라-C 화력발전소’ 공사와 관련한 손실을 제때 처리했는지가 관건이다. 회사 측은 원가 상승을 이유로 3000억 원 넘는 손실을 2020년에 알았다고 주장하는 반면, 금감원은 두산에너빌리티가 수주 초기부터 손실을 알고 있었지만, 고의로 늦췄다면서 회계 분식을 주장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관련해서 DPSI의 대규모 손실을 반영한 시점은 공교롭게도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으로부터 대규모 정책자금을 조달한 직후다. 이에 일각에서는 대주단의 지원을 받아내기 위해 손실을 숨긴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발주처와의 원가 분담 분쟁이 있었기 때문에 협의가 끝난 뒤 반영했다”며 “정부의 유동성 지원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손실을 늑장 반영할 필요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금감원은 또 회사 측에서 손실 인식 시점을 특정할 수 있는 ‘공사 예정원가 세부 항목별 증감 사유’ 자료를 두산 측이 고의로 제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두산에너빌리티 측은 해당 자료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요구한 자료는 모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에 이번 증선위에서는 자료 누락과 관련한 고의성 여부가 회계 분식을 했는지를 가릴 수 있는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 금융위-금감원 파워게임 예고
두산에너빌리티의 회계 위반과 관련해 관할 기관인 금융위와 금감원 간의 미묘한 신경전도 벌어지고 있다. 금감원은 수장인 이복현 원장이 관례를 깨고 증선위 참석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등 중징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금융위는 지난해 산하 감리위원회를 통해 고의 분식 가능성이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금감원은 2021년 4월부터 2년 넘게 감리 절차를 진행한 뒤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영진이 손실을 알고도 제때 반영하지 않았다며 ‘고의 등을 포함한 중징계’를 요구하면서 지난해 8월 감리위에 해당 사안을 안건으로 올렸다. 하지만 다수의 감리위원이 발주처와 협의한 결과에 따라 손익을 확정한 시점에 회계처리를 했다는 회사 측 의견에 동조해 징계 여부가 증선위로 넘어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회계 위반과 관련한 처리를 놓고 금융위와 금감원이 대립하는 구도”라며 “증선위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증선위에서 고의 분식으로 결론을 내릴 경우 회계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신(新)외부감사법 도입 이후 첫 고의 회계 분식 사례로 과징금도 역대급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분식회계 관련 최대 과징금은 2017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 당시 금융위가 대우조선해양에 부과했던 45억4500만 원이다. 금감원은 두산에너빌리티에 수백억 원의 과징금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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