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 1년]
2008년 도입 日 ‘고향납세’ 살펴보니
한도 없고 2000엔 넘으면 세액공제… 동창회 등 개별 접촉해 기부 홍보
韓, 활용범위 ‘주민복지’ 제한하지만… 日은 재난 방재-환경 등 폭넓어
지난해 첫선을 보인 고향사랑기부제는 2008년 일본에 도입된 ‘고향납세’ 제도와 비슷한 성격을 띠고 있다. 일본의 고향납세 모금액은 2022년 9654억 엔(약 8조6000억 원)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와 달리 기부금 한도와 방식 등에서 뚜렷한 차이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표적으로 일본 고향납세는 기부금 모금 한도가 없다. 기부자에 대한 세제 혜택도 크다. 지난해 충북연구원이 발간한 ‘일본 고향납세 운영 사례를 통한 고향사랑기부제 개선방안’에 따르면 일본 고향납세는 최소 2000엔(약 1만8000원) 이상 기부할 수 있고 상한액은 없다. 특히 2000엔 초과 기부금에 대해선 대부분 지자체에서 전액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기부금이 많을수록 세액공제 한도액이 늘어나 기부를 장려하는 구조다. 우리나라는 10만 원까지 전액 세액공제를 하고 10만 원 초과액은 16.5%에 한해 세액공제를 해준다.
기부 방식 역시 다양하다. 일반형은 개인이 기부하면 기부금의 30%에 해당하는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 법인도 2016년부터 고향납세에 참여할 수 있게 돼 최소 10만 엔(약 90만 원) 이상 기부금을 내거나 기업의 인재를 지역에 파견하는 방식으로 참여할 수도 있다. 세제 혜택은 개인과 같이 10만 엔 초과 기부금은 전액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지자체는 민간 플랫폼을 활용하거나 단체 등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홍보할 수 있다. 주만수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논문을 통해 “2016년 기준 일본 지자체 1788곳 중 43.4%에 달하는 776곳이 지역 동창회 등에 기부를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기부금을 다양한 곳에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다. 현행법상 우리나라 고향사랑기부금은 활용 범위를 주민 복지 분야로 제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사회적 취약계층의 지원 및 청소년의 육성 보호, 지역 주민의 문화 예술 보건 등의 증진, 시민 참여 등 지역공동체 활성화 지원, 그 밖에 주민의 복리 증진에 필요한 사업 추진 등이다.
반면 일본은 고향납세 기부금을 10개 이상 분야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 주민 복지뿐만 아니라 재난 방재, 환경 등 다양한 지자체 사업에 쓸 수 있는 것이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고향사랑기부제는 일본에 비해 기부금 활용처 제한이 큰 편”이라며 “활용처를 주민 복지 영역에 한정할 경우 기부하려는 기부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 이런 규제는 폐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행정안전부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일본이 시행 중인 내용 중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내용은 검토를 거쳐 국내에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행안부 관계자는 2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본에서 기부제를 활성화하는 데 효과가 있었던 내용은 향후 법 개정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여기에 더해 우리나라의 강력한 디지털 기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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