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머지않은 시기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 해제에 나설 뜻을 시사했다. 다만 이달에는 마이너스 금리를 이어가기로 했다. 경기 회복세를 조금 더 보고 판단하겠다는 취지다.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일본은행 총재는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에 대해 “지속 여부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일본 기업들이 올봄 임금 협상을 마무리해 임금 인상 추이가 어느 정도 확인되는 4월에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은행은 23일 금융정책 결정 회의(한국의 금융통화위원회 격)를 열어 단기 정책금리를 연 ―0.1%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를 0%로 유도하는 금융 완화 정책도 유지하기로 했다. 일본 NHK 방송은 “일본은행이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이 이뤄지는지를 신중히 파악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지난해 소비자 물가지수가 1년 전보다 3.1% 상승하며 41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20년 넘게 이어진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에서 벗어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크다. 다만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임금 인상 폭이 물가 상승을 못 따라가며 실질임금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우에다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임금 인상과 물가 상승의 선순환) 정확도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임금이 물가에 미치는 파급력도)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금 인상에 따르는 물가 상승은 일본 금융당국이 내세우는 금리 인상 전제 조건이다.
일본 당국의 기대만큼 임금이 오르고 있진 않지만 우에다 총재는 “(실질임금 마이너스가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방해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반드시 숫자로 임금 인상이 확인되지 않아도 어느 정도 분위기가 조성되면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일본이 올해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하면 17년 만의 금리 인상이다. 다만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하더라도 0% 위로 금리를 인상하는 건 내년 이후로 예상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