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장 선거 D-1
조합장 1111명 모두 모여 직접 선출… 강호동-송영조-조덕현 3파전 양상
중앙회-경제지주 통합 공약 많아… 1차 ‘과반’ 없을땐 2차투표로 결정
“하루에 적게는 50통, 많게는 100통씩 전화를 걸어 지지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17년 만에 조합장 1111명이 모두 모여 직접 뽑는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한 A 조합장은 23일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조합장들을 만나려고 하니 하루에 10명도 채 만나지 못하겠더라”며 “농사일 등으로 바쁜 조합장들은 전화를 받질 못해 나를 알릴 시간이 너무 없다”고 말했다.
입후보한 B 조합장도 “물 마실 새도 없이 하루 종일 전화를 하다 보니 며칠 전부터는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며 “기회가 있으면 섬에도 직접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2021년 농협법 개정 이후 조합장 직선제로 치러지는 첫 선거지만 투표권을 가진 조합장들이 3배 넘게 늘다 보니 선거운동은 주로 비대면으로 할 수밖에 없다.
● 17년 만의 직선제… 전국 선거 열기 후끈
제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25일 치러진다. 투표에 참여하는 조합장은 1111명이지만 전체 표수는 1252표다. ‘부가의결권’ 제도가 도입돼 조합원 수가 3000명 미만인 조합은 한 표를 갖고 3000명이 넘어가면 두 표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에 수백 통의 통화를 하고 있다”는 C 조합장은 오전 5시부터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지역과 수도권을 오가고 있다고 했다. 영향력이 큰 대규모 조합을 중심으로 공들이고 있다.
일부에선 선거전이 지나치게 과열되거나 혼탁한 양상도 나타난다. 이달 12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되는 선거운동은 원칙적으로 후보 본인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상당수 조합장이 조직책을 자처하며 공공연하게 선거운동에 나서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영남 지역의 한 농협 관계자는 “전·현직 농협중앙회 간부들이 특정 후보들에게 줄을 서 선거운동을 도맡아서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며 “비대해진 농협 조직을 개혁하는 게 차기 농협중앙회장의 가장 큰 역할인데, 선거 전부터 전·현직 간부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면 당선자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농협중앙회장을 조합장들이 직선제로 뽑는 건 2007년 이후 처음이다. 1988년 이전까지 농협중앙회장은 대통령이 임명했다. 민주화 바람을 타고 1988년 직선제가 도입됐지만 회장들의 연이은 비리 사건이 터지고 선거전이 혼탁해지면서 2009년 대의원 간선제로 바뀌었다. 그러나 간선제를 통해 뽑힌 회장이 전체 조합이 아닌 300여 명의 대의원만 챙기게 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면서 2021년 3월 다시 직선제로 돌아왔다.
● 중앙회-경제지주 통합, 보수 인상 등 공약
선거 열기는 뜨겁지만 정작 입후보자 7명의 공약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수의 후보가 농협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 통합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현재 농협중앙회는 NH농협은행, NH투자증권 등을 보유한 금융지주와 하나로유통 농협홍삼, 남해화학 등을 거느린 경제지주로 나뉘어 있다. 경제지주가 따로 운영되면서 지역농축협과 경쟁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다만 중앙회와 경제지주 통합을 위해선 농협법을 개정해야 한다. 투표권을 가진 조합장들을 위한 공약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조합장 보수 인상을 비롯해 농정활동비 월 100만 원 지급, 생일에 해외여행 상품권 지급 등을 내건 후보들도 있다.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없을 때는 2차 투표를 실시하게 된다. 강호동 율곡농협 조합장과 송영조 부산금정농협 조합장, 조덕현 동천안농협 조합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지만 1차 투표에선 표가 분산돼 한 후보가 과반을 확보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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