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백 논란-공천 파워게임 뇌관
여권 “尹, 김여사 거론 서운해 해”
당내 “용산서 1cm라도 길 터줘야”
공천 주도권 놓고 치열한 갈등 예고
“갈등이 봉합된 것은 아니다. 하루아침에 봉합되는 것은 말이 안 되고 시간을 두고 풀어야 할 문제다.”(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극한으로 치닫는 파국은 겨우 막았지만 근본적인 숙제는 하나도 해결하지 못했다.”(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면충돌한 지 이틀 만인 23일 함께 충남 서천 화재 현장을 점검하고 서울행 대통령실 전용 열차에 함께 올랐지만 ‘김건희 여사 리스크’ ‘공천 파워 게임’ ‘김경율 비대위원 거취’ 등을 둘러싼 두 사람 간 갈등의 불씨는 그대로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대통령실도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기까진 시간이 걸린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자연스러운 만남을 통해 서로 간의 신뢰를 확인하고 앞으로의 허심탄회한 대화와 상호 이해를 위한 여건이 조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4·10총선을 78일 앞둔 가운데 여권 관계자는 “언제든지 내홍이 불거질 수 있는 ‘임시 봉합’ 상태”라며 “김 여사의 명품 디올 백 수수 논란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를 시작으로 기 싸움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尹-韓, 김건희 문제 접점 찾을지가 관건”
3일 신년 인사회 후 20일 만에 만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서울로 돌아오는 전용 열차에서 1시간 남짓 대화했지만 정면충돌의 발단이 된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과 김경율 비대위원 ‘사천’ 논란 등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대통령실과 당이 밝혔다.
한 위원장은 이날 전용 열차에서 내린 뒤 “(대통령과) 민생 지원에 관한 얘기를 서로 잘 나눴다”면서도 김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이날 동아일보 통화에서 “열차 안에선 갈등과 관련한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확전은 자제해야 한다는 공감대로 만났지만 갈등 해결을 위한 대화는 과제로 남은 것이다.
김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 대응을 둘러싼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생각 차이는 명확하다. 윤 대통령은 “정치 공작이자 몰카 공작의 피해자가 왜 사과해야 하느냐”는 생각이고 한 위원장은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며 사과 내지 최소한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발언해왔다. 여권 관계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문재인 정부 검찰에서 탈탈 털었는데도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는 게 윤 대통령의 인식”이라며 “한 위원장이 김 여사 문제를 부각한 데 대한 인간적인 서운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김 여사 문제에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최종 봉합 여부의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사천’ 지적에 “취임 23일 만에 사당화가 말이 되냐”며 반발하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 관계자는 “용산이 이 문제에 1cm라도 먼저 길을 터줘야 당도 78일간 (한 위원장이) 5cm, 100m 광폭 행보를 펼칠 수 있다는 게 비대위 입장”이라고 말했다.
● 공천 파워게임으로 2라운드 가능성
여권에선 ‘갈등의 2라운드는 공천 파워게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두 사람 모두 총선을 이겨야만 하는 운명공동체지만, 공천 주도권을 놓고 더 치열한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이제 진짜 전선은 공천 싸움”이라며 “한 위원장을 내치고 싶어도 윤 대통령은 당내 병력(의원)이 없었고, 한 위원장은 차마 대통령을 뒤집어엎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여러 차례 ‘공천 주도권’ 메시지를 발신했다. 특히 당과 대통령실의 가교 역할을 해온 친윤(친윤석열) 핵심 이철규 의원을 견제하고 있다. 한 위원장이 이 의원에게 대통령과 소통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으니 사무실에 자주 들어오지 말라고 말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대통령실도 김 위원 마포을 출마 관련 잡음 논란을 기점으로 ‘줄 세우기 사천에 대한 오해를 막아야 한다’며 “공정한 공천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대통령 참모들과 전직 장차관들이 총선에 나서더라도 공천에 관여한 바도 없고 별도로 챙긴 인사가 없다는 걸 강조하고 싶은데 한 위원장의 언행으로 오해를 산다는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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