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 양상으로 치닫던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23일 화재 현장 방문이 성사되기까지 대통령실과 여당은 긴밀한 조율을 거쳤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각각 방문 계획을 세우다가, 서로의 방문 사실이 알려진 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함께 방문하는 쪽으로 일정을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22일 밤 서천특화시장 화재가 났고, 윤 대통령이 현장 방문 검토를 지시했다”며 “내부 회의를 거쳐 윤 대통령의 23일 오후 3시 현장 방문이 결정됐다”고 전했다. 이어 “윤재옥 원내대표와의 소통 과정에서 한 위원장도 23일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듣고 논의 끝에 공동 방문으로 조정했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당초 당 사무처를 순방하려던 일정을 취소한다고 이날 오전 9시 40분경 알린 뒤 오후 1시 화재 현장을 방문했다. 한 위원장 측이 “윤 대통령을 현장에서 기다리겠다”는 의사를 전하자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방문 시간을 1시 30분으로 조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같은 재난 현장을 시차를 두고 따로따로 가는 게 더 이상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같은 날 시차를 두고 화재 현장을 따로 방문했다면 자칫 갈등설이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또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중 ‘누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이런 건 맞지 않는 얘기”라며 “대통령실은 대통령실대로 윤 대통령의 방문을 준비했고, 당은 당대로 한 위원장의 스케줄을 정하다가 만남이 추진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과 한오섭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조율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이 실장이 한 위원장과 직접 통화를 하면서 조율에 역할을 했다”며 “총선을 앞둔 시점에 조속하게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대통령실 핵심 참모들 사이에 있었다”고 말했다. 한 수석은 이날 윤 대통령의 충남 서천군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 방문에 동행하기도 했다.
여권에서는 대통령실 개편 이후 비서실장, 정무라인과 여당 지도부 간 소통의 밀도가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한 위원장 역시 기본적으로 이 실장과 한 수석에 대한 신뢰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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