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조사하는 연구개발(R&D) 사업 성과활용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의 산업에너지 R&D 과제 성공률은 99%로 높지만, 과제 종료 후 5년 이내 사업화 성공률은 53%로 절반 정도에 그친다. 이것은 연구 결과가 실제 매출이나 시장 성과로는 잘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가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것은 혁신적인 R&D이다. 하지만 위 결과를 보면 그동안 우리나라의 R&D는 혁신보다는 안정을 추구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국민의 예산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이겠지만 안정적 과제 수행 결과를 얻기 위해 비교적 쉬운 과제 위주로 선정했고, 운영 방식도 유연하지 못했다. 그 결과 경제성이 높은 R&D 비율은 낮았다. 다시 말하면 퍼스트 무버보다는 패스트 팔로어에 익숙했던 것이다.
얼마 전 산업부가 발표한 ‘산업에너지 R&D 전략’은 이 같은 구조를 전면 개혁하는 내용이어서 기대된다. R&D의 투자 전략, 사업 구조, 운영 방식, 인재 양성 방향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전략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연구 주체인 기업들의 부담은 줄어들고 자율성은 확대된다. 대기업의 현금 부담은 60%에서 최대 15%까지 파격적으로 감소한다. 혁신 역량이 뛰어난 기관에는 과제 운영 전권을 부여하는 길이 열린다. 첨단산업 분야 기업에는 융자 방식으로 R&D 자금을 지원하여 기업의 자율적 연구를 도울 계획이다.
또 개발 목표가 유사한 소규모 과제들은 대형 장기 과제로 통합 재편된다. 선진 기술의 빠른 변화를 함께 또는 앞서가기 위해 해외 우수 연구기관과의 국제 공동연구도 확대된다. 이 모든 것이 연구 결과를 시장 성과로 신속하게 연결하기 위한 조치다.
R&D 혁신의 핵심 요소인 인력 양성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도 눈에 띈다. 인구 절벽, 이공계 기피 심화 등으로 인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우수한 연구 인력 양성뿐 아니라 조기 확보가 더욱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은 올해부터 네덜란드, 미국과 이공계 분야 인력 교류를 추진하고, 첨단산업 분야 특성화 대학원 8곳을 추가로 지정할 예정이다.
KIAT는 인력 양성 외에도, 올해 해외 연구기관 6곳에 국제 공동연구 거점인 산업기술협력센터를 설립하고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펀드 운영사를 선정하는 등 다양한 업무를 추진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연구개발이 안정적 과제 완료에 목적을 두었다면 앞으로는 시장 경제로의 기여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관행적으로 해왔던 안정적 R&D 환경에서 벗어나 도전적이고, 자율적이고, 유연하고, 개방적인 혁신적 R&D 환경으로 전환해야 한다.
KIAT는 혁신적 R&D 환경이 연구 현장에 잘 정착되고, 이를 이끌어 나갈 혁신 인재가 양성될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해 지원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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