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증시 부진에… 日처럼 ‘기업 밸류업’ 나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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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해야”
日, 작년 PBR 1배 이하 상장사에
주가 개선위한 이행목표 공시 요구
기업들 주주환원으로 증시 활황… 韓, 기업가치 유도 구체안 내달 발표

금융위-금감원-증권업계 간담회 24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이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위-금감원-증권업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혁신 기업과 국민 자산 형성 지원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 체질 개선에는 증권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스1
금융위-금감원-증권업계 간담회 24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이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위-금감원-증권업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혁신 기업과 국민 자산 형성 지원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 체질 개선에는 증권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스1
정부가 다음 달부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가동해 국내 증시의 오랜 고질병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문제 해결에 나선다. 정부 주도의 증시 부양 정책에 힘입어 주식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조치다.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기업 참여도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코스피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장부가보다 싼 코스피
24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증권업계 및 유관기관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우리 증시의 저평가 해소를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운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주요국 대비 현저히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로 한국 증시가 저평가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PBR은 기업이 보유한 순자산 대비 주가의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PBR이 낮을수록 기업의 주식이 저평가됐음을 뜻한다.

한국 증시의 저평가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4일 종가 기준 코스피 상장사의 평균 PBR은 0.9배로 나타났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4.58배), 일본 닛케이평균주가(1.41배)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다.

다음 달 발표될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 내용은 PBR이 낮은 기업의 기업가치 상승을 유도하는 방안으로 구성된다. △상장사의 주요 투자지표(PBR 등)를 시가총액·업종별로 비교공시 △상장사들에 기업가치 개선 계획 공표 권고 △기업가치 개선 우수기업 등으로 구성된 지수 개발 및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등이 담길 예정이다.

● 일본 벤치마킹해 주주환원 유도
프로그램의 모델이 된 것은 일본 정부의 주가 부양 정책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만들 때 일본 사례를 많이 참고했다”며 “세제 혜택으로 수요를 키우고 주가 조작 엄벌 등으로 불공정 해소에도 나섰으니 남은 것은 기업이 스스로 주주 중심의 경영을 펼치며 자사 주가가 평가 절하된 이유를 고민하는 절차”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는 PBR이 1배 이하인 상장사에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개선 방침과 구체적인 이행 목표를 공시할 것을 요구했다.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상장 폐지도 가능하다며 ‘강제성’을 부여하기도 했다.

이후 일본 기업들의 대대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이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023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일본 상장기업의 배당 계획을 집계한 결과 예상 배당액(15조2200억 엔)이 역대 최대치였던 전년보다 1000억 엔 늘었을 정도다.

덕분에 일본 주식 시장은 역대급 활황이다. 이날 기준 일본 증권 시장의 대표적인 주가 지수인 닛케이평균주가는 22일 종가 기준 3만6546.95엔으로 ‘거품경제’ 시기였던 1990년 2월 이후 약 3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반면 한국 코스피는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증시를 띄우기 위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추진 등 전방위적인 대책을 펼치고 있지만 좀처럼 약발이 듣지 않는다. 코스피는 이날도 전날보다 0.36% 내린 2,469.69로 마감했다. 올해 들어 7.0% 하락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패는 결국 기업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지에 달려 있다”며 “금융이나 정유 등 내수 기업들은 금융당국의 영향력이 큰 만큼 ‘반강제적’으로라도 참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해 증시 부진#일본#기업 밸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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