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향적인 성격이라고 해서 영업을 더 잘하는 건 아니라는 연구 결과는 잘 알려져 있다. 심리학자 애덤 그랜트는 MBTI가 이토록 인기를 얻기 훨씬 전인 2013년 이 논문을 발표했는데 내향적인 영업사원의 실적이 외향적인 사람보다 오히려 약간 더 좋았다.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데 두려움이 없고 활발하며 분위기를 주도하는 성격이 영업처럼 낯선 이들에게 적극 다가가야 하는 업무에서도 이롭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연구다.
솔직히 내향적인 성향의 사람들은 조직 생활의 여러 면에서 불리하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새로운 프로젝트를 설명하며 주도적으로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 외향적인 직원은 “와! 정말 흥미롭네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라며 신난 모습을 보였고, 내향적인 직원은 잠자코 듣기만 하다가 “네,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면 상사 입장에서는 외향적인 성향의 직원이 이번 일에 더 큰 흥미를 갖고 있으며 회사 일에 열심이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느낌이 그저 그 사람에 대한 인상 정도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많은 경우 이는 보상과 직결된다. 욘 야히모비치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상사들은 외향적인 직원의 적극적인 표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금전적 보상, 승진이나 승급 기회 같은 가시적인 혜택과 연결했다.
사실 어떤 사람이 보이는 큰 몸짓이나 목소리, 수다스러움이나 잦은 감탄사 등은 그 일에 대한 진짜 애정과는 무관하다. 개개인의 성향에서 비롯된 표현 방식일 뿐이다. 열정적인 표현에 에너지를 쏟느라 정작 일에는 제대로 몰입하지 못할 위험도 있다. 내향적인 사람은 목소리를 크게 내거나 사교적인 활동에 나서는 대신 업무 자체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집중할 수 있다. 이런 사람이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많이 발언하거나 더 크게 웃는 등 의도적으로 애쓰다 보면 오히려 정서적 에너지가 고갈돼 업무에 집중하는 동력을 잃기 쉽다.
외향적인 사람이 내향적인 사람보다 일에 더 애정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활발한 몸짓과 흥분, 지치지 않는 생동감 같은 것들이 우리가 ‘열정’에 대해 갖는 전형적인 이미지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외향적인 사람은 활기차고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며 팀워크에 일조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혼자 있는 시간에 에너지를 충당하는 내향적인 사람은 사교적이지 않다거나 함께 일하는 데 미숙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억울한 내향인들을 만들지 않기 위해 관리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외향적인 표현이 아닌 성과 그 자체를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관리자 개인으로도, 조직 시스템으로도 공정함이 필수다. 때로는 열정을 표현하는 말이나 행동이 조직에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는 것도 필요하다. 순간적으로 타오르는 흥이나 신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몰입과 집중을 끌어내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성향 뒤에 숨어 있는 개개인의 잠재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