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사교육 없는 학교’ ‘사교육 없는 지역’을 확산시키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올해 주요 정책 추진 계획을 어제 발표했다. 초등 저학년생이 돌봄 공백으로 학원 뺑뺑이를 돌지 않도록 부모 출근부터 퇴근까지 학교에서 돌봐주는 ‘늘봄학교’를 전면 확대하기로 했다. 중고생에게는 대학교수 등이 강의하는 방과 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내년부터 맞춤형 교육을 위한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보급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교육부는 3월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이 대학, 기업 등과 협력해 지역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발전특구를 지정할 예정인데 이곳부터 ‘사교육 제로(0) 모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초중고교 단계마다 사교육을 대체할 만한 공교육 모델을 발굴하겠다는 취지라지만 그럴 만한 경쟁력을 가진 정책인지 의문이다. 늘봄학교, AI 디지털교과서, 방과 후 프로그램 등은 지난해 교육부 업무보고에도 포함됐던 정책으로 이번에 ‘사교육 제로(0) 모델’로 포장지만 바뀌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늘봄학교는 업무 부담이 늘어날 것을 우려한 교사들이 속도 조절을 요구하며 반대하고 있다. 전국적인 도입을 약속하고도 인력 투입과 시설 확보가 늦어진 탓이다. 내년부터 도입될 AI 디지털교과서는 정작 이를 가르쳐야 할 교사들의 준비가 부족하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교사 10명 중 6명이 “AI 기반 교육 서비스를 활용한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대학교수들의 특강 등 방과 후 프로그램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그런다고 학생들이 학원에 가지 않을 것이란 발상은 안이하다. 지금도 방과 후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지만 학교 수업 보충이나 성적 향상 같은 학생들의 수요를 반영하지 못해 외면받는 실정이다. 제대로 된 진단도 없이 처방을 내놓은 셈이다.
교육부는 “교육 개혁으로 저출산과 같은 사회적 난제를 풀겠다”며 대통령 업무보고에 맞춰 ‘사교육 제로(0) 모델’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왜 공교육의 경쟁력이 사교육에 미치지 못하는지를 반증할 뿐이다. 교육 당국이 지금처럼 재탕 정책을 그럴듯하게 포장만 해서 내놓고, 이에 따른 교육 현장의 갈등 조정에는 책임을 미루고 있는 한 공교육 혁신은 요원한 일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