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판결 상호 인정’ 조례 29일 시행
시민들 “中, 홍콩 자산 직접통제 시작”
“亞 금융허브 아닌 ‘허브 유적지’ 됐다”
홍콩에서 벌어진 민사 소송에 대해 중국 본토 법원이 해당 소송에 관한 재산을 강제 집행할 수 있는 홍콩 조례가 29일부터 시행된다. 중국이 홍콩 내 사유재산에 대한 압류, 몰수, 동결 등을 실시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이에 홍콩 부유층들이 싱가포르, 스위스 등으로 재산을 이전하는 ‘홍콩 자산 엑소더스’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홍콩은 이제 ‘아시아 금융 허브’가 아니며 ‘허브 유적지’가 됐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온다.
24일 홍콩프리프레스(HKFP) 등 홍콩 매체들은 ‘민사 및 사업 문제에 대한 본토 판결 및 상호 집행 조례’가 29일부터 시행된다고 보도했다. 상당수 홍콩 부유층이 재산권 침해를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조례의 핵심은 홍콩 법원과 중국 법원이 각자 내린 민사 판결이나 명령을 상호 인정하는 것이다. 중국 법원이 결정하면 홍콩 내 자산을 압류하거나 몰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행정수반)은 이 조례의 시행을 두고 “홍콩이 ‘법의 지배’하에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자화자찬했다. 동일 분쟁에 대해 홍콩과 중국에서 각각 소송을 제기하지 않도록 소송 당사자의 편의성을 높여 주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홍콩 시민들은 사실상 홍콩 자산에 대한 중국의 직접 통제가 시작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주요 기업이 속속 홍콩을 떠나는 흐름도 뚜렷하다. 지난해 홍콩 증시에서는 55개 기업이 상장을 폐지했다. 기업공개(IPO)는 2019년과 비교해 10% 수준으로 급감했다.
중국 본토에서도 홍콩보다 싱가포르를 훨씬 매력적으로 보고 있다. 2022년 중국인의 싱가포르 부동산 구입은 3년 전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국인의 싱가포르 이민 문의 또한 83% 늘었다.
HKFP는 재산권 침해 우려를 넘어 홍콩과 중국 사이에 모든 사법 관련 정보가 완전히 공유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19년 대규모 반중 시위 또한 홍콩 범죄인을 중국 본토로 직접 송환할 수 있는 소위 ‘송환법’ 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발발했다. 당국은 송환법 도입을 철회했지만 이후 반(反)중국 성향의 홍콩 인사를 대대적으로 탄압했다. 반중 활동에 무기징역을 가할 수 있는 국가보안법 또한 2020년 도입했다.
이 와중에 양국의 사법 체계까지 통합을 추진한다면 사실상 홍콩의 ‘일국양제(一國兩制·1국가 2체제)’가 무의미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1997년 홍콩 반환 당시 “향후 50년간 일국양제를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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