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도 바람 잘 날 없는 중동에 새로운 전쟁의 먹구름이 밀려들고 있습니다. 하마스 지지를 선언한 예멘의 후티 반군이 대함탄도미사일이나 무인기 등으로 홍해와 아덴만을 지나는 선박들을 무차별 공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야흐야 사리 후티 반군 대변인(사진)은 최근 아덴만에서 미국 선박을 공격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과 영국이 대응에 나서면서 전쟁 확산에 대한 불안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후티 반군은 어떤 세력이며, 왜 이러는 걸까요?
먼저 내전 중인 예멘의 상황부터 이해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예멘은 석유가 거의 나지 않는 가난한 나라입니다. 하지만 전 세계 핵심 무역로인 홍해를 끼고 있어 매우 중요한 전략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예멘은 과거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독립한 공화국 북예멘과 영국의 보호령에서 독립한 이후 친소련 사회주의 국가가 된 남예멘으로 분열돼 있었습니다. 1990년 남북 예멘은 통일에 합의하지만 이후에도 심한 갈등과 경제난을 겪습니다. 결국 1994년 남예멘이 들고 일어나며 예멘 내전이 발생했습니다.
후티는 이 과정에서 싹트고 자랐습니다. 1992년 시아파의 한 분파인 자이디 시아에 의해 만들어진 조직 ‘젊은 신앙인’은 모하메드와 후세인 알 후티 형제가 이끌게 됩니다. 이후 2003년 이라크 전쟁을 거치면서 반미-반이스라엘 성향이 매우 강해졌습니다. 2005년 정부군에 의해 지도자인 형 모하메드가 사살되자 동생인 후세인이 이끌게 됩니다. 후티는 2015년 통일 예멘의 수도 사나까지 점령하지만 대통령이 남부로 도주하는 바람에 지금까지 내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랜 내전 결과 현재 예멘은 국제적으로 인정하는 만수르 하디 정부와 북부 예멘을 차지한 후티 반군, 그리고 남부 독립을 주장하는 아덴의 과도위원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중동판 삼국 시대인 셈입니다.
후티를 합법 정부로 인정하는 국가는 세계적으로 이란이 유일합니다. 같은 이슬람 시아파이기 때문입니다. 이란과 친한 시리아와 북한도 우호적입니다. 반면 미국이나 영국 같은 서방 국가나 수니파 이슬람 국가들은 적대적입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2015년 아랍에미리트(UAE) 등 수니파 9개국 다국적군을 이끌고 예멘 내전에 개입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예멘 내전을 국제전이자 이란과 사우디의 대리전이며 이슬람 종교 분파 간의 전쟁으로 봅니다.
밖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계에서 인도적 위기가 가장 심한 곳으로 예멘을 꼽기도 합니다. 약 3000만 명의 인구 가운데 구호가 필요한 사람이 2000만 명이 넘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사람의 수는 통계조차 잡기 어려운데, 후티는 국제구호물자를 빼돌린 전력도 있습니다. 전쟁의 참혹함이 언제나 죄 없는 사람들을 덮치는 안타까운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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