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검사에 필요한 모발, 3분의 1로 줄어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27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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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리포트] 진화하는 과학수사 기법, 해결 가능해진 미제사건
약물 감시도 촘촘해진다
보호관찰 대상자 약물 검사 방법 발달…70가닥만 있으면 대마초 흡연 여부 판별
체모 뽑을 때 저항 줄어 분석 의뢰 늘기도

대검찰청에는 소변 등이 든 플라스틱 병이 매달 200개 가까이 배달된다. 알코올 의존증 관련 범죄나 마약 투약 등으로 치료명령과 보호관찰명령을 받은 이들로부터 수거한 것이다. 이들의 검체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금지 약물을 투여했는지 알아내는 건 재범 방지를 위해 중요하다.

문제는 약물 등을 투여한 지 8시간 정도가 지나면 소변에서는 이를 검출해 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모발에는 혈액 속 노폐물이 모근을 통해 축적된다. 이 때문에 모발 검사로는 최장 3개월 전에 투여한 약물까지 분석할 수 있지만, 정확히 분석하려면 많은 양의 모발이 필요하다. 예컨대 대마초 흡연 여부를 밝혀내려면 모발을 150∼200가닥 뽑아야 한다. 당사자가 거부하면 법원에서 영장을 받아야 하는데, 체모를 완전히 깎으면 이조차 불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대검이 새로운 분석법인 ‘모발 중 에탄올 대사체 등 약물 동시분석법’을 개발하면서 기존에 필요했던 모발량의 약 3분의 1인 50∼70가닥으로도 약물 투여 여부를 밝혀낼 수 있게 됐다. 보통 마약과 술을 함께 한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대검 과학수사부 화학분석과가 지난해 국가 연구개발(R&D) 과제를 통해 개발한 방식인데, 이를 활용하면 적은 양의 모발로도 대상자가 어떤 약물을 투약했는지뿐 아니라 정확히 언제 투약했는지까지 특정할 수 있다.

연구팀은 분석법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몸속 에틸 글루코로나이드(Etg) 성분에 주목했다. 대검찰청 법화학실 서승일 연구관은 “에탄올이 간에서 대사되는 과정에서 Etg가 나오는데, 에탄올 자체는 휘발성이 높아 빠르게 배출되지만 Etg는 소변에서 사흘, 모발에서 3개월 정도 남아 있다”며 “Etg를 민감하게 분석하는 방식을 찾아냄으로써 약물 투약 여부를 좀 더 쉽게 알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새 분석법의 골자는 인권침해 요소를 줄이면서 검출 감도는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는 것이다. 김진영 대검 법화학실장은 “체모를 뽑는 과정에서 보호관찰 대상자의 저항이 거세고, 심지어 보호관찰 감찰관에게 난동을 부리는 경우도 있었다”며 “이를 해결한 뒤로는 모발 분석 의뢰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대검은 더 적은 양의 모발로 더 많은 종류의 약물을 동시에 분석하는 기법도 연구 중이다. 대검 법화학실 김선영 감정관은 “장비와 추출법을 꾸준히 발전시키면 나중에는 2, 3가닥의 체모만으로도 마약을 분석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마약 검사#모발#보호관찰 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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