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 선정-확충 방안 마련 등 구군이 결정하고 시는 지원만
지지부진한 동부-서부권 난색… “지역 간 합의 더 어려워질 것”
‘쓰레기 대란’ 재현 우려도 나와
시, 구군 실무협의회 운영 예정
지금까지 시가 주도하던 지역 소각장 확충 정책을 인천시가 각 구군이 주도하도록 전환하자 기초자치단체들이 “책임을 떠기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인천시는 소각장 건립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구군들은 “오히려 건립이 더 늦어질 것”이라고 맞서고 있어 2026년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를 앞두고 ‘쓰레기 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천시는 지금까지 시가 주도해온 권역별 자원순환센터(소각장) 확충 계획을 앞으로는 각 구군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고 최근 밝혔다. 생활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에 따라 기초자치단체가 입지 선정을 포함한 소각장 확충 방안을 마련하고, 시는 이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면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시는 민선 7기 때부터 인천을 4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로 소각장을 짓는 계획을 주도적으로 추진해 왔다. 남부권(미추홀·연수·남동)과 북부권(서구·강화), 동부권(부평·계양), 서부권(중·동·옹진) 등 4개 권역이다.
이 중 이번 시의 조치에 해당되는 곳은 소각장 확충에 난항을 겪고 있는 동부권과 서부권 등 2개 권역이다. 동부권역은 지난해 3월 경기 부천시와 광역소각장을 공동 활용하는 방안이 무산된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고, 서부권역도 입지 후보지 5곳이 모두 영종 지역에 몰리면서 주민 반발에 부딪혀 절차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들 기초자치단체는 이 같은 시의 조치에 반발하고 나섰다. 지금까지 시가 소각장 확충을 주도하다 난항을 겪자 그 책임을 기초자치단체에 떠넘기고 있다는 게 주된 이유다.
중구 관계자는 “시가 소각장 확충을 추진하면서 입지 후보지를 모두 영종 지역에 몰아넣은 상황을 만들고 이제 와서 알아서 하라는 건 무책임한 태도”라며 “누군가 중심을 잡고 추진해도 어려운 걸 자치단체가 알아서 하라고 하면 협의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협의 과정에서 기초자치단체 간 갈등도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소각장은 2개 이상 자치단체가 활용할 소각장을 만들어야 사업비 중 약 40%의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어 통상적으로 광역 소각장을 운영하는데, 서로 소각장을 떠안지 않으려는 입장 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부평구 관계자는 “시의 계획은 아직 합의를 이루지 못한 기초자치단체를 전쟁으로 내모는 격”이라며 “그동안의 논의를 백지화한다면 앞으로의 협의는 당연히 공회전을 할 수밖에 없고, 소각장 건립은 더욱 늦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환 계양구청장도 “소각장 확충은 기초자치단체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어려운 일을 풀어가야 하는 게 광역자치단체 아닌가”라며 “말도 안 되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2026년 1월부터는 수도권 내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돼 현재와 같이 매립지에 매립하지 못하고 소각 후 소각재만 묻어야 하는데, 이때까지 소각장을 짓지 못해 자칫 ‘쓰레기 대란’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시는 10개 구군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할 방침이지만, 구군은 실무협의회에 참여하더라도 이번 시의 조치에 반대하는 입장을 전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현재 체계로는 진전 없이 시간만 흘러갈 뿐, 구군의 책임 있는 협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각 지역 실정에 맞는 확충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필요에 따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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