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은 지정학인 위기 심화 등 대격변 시대에 그룹 차원의 기민한 대응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느슨해진 거문고는 줄을 풀어내어 다시 팽팽하게 고쳐 매야 바른 음(正音)을 낼 수 있다”며 “모두가 ‘해현경장(解弦更張)’의 자세로 우리의 경영 시스템을 점검하고 다듬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앞서 지난해 10월 열린 ‘SK CEO 세미나’에서 △미국-중국 간 주도권 경쟁 심화 등 지정학적 이슈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생성 가속화 △양적 완화 기조 변화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 증대 등을 한국 경제와 기업이 직면한 주요 환경 변화로 꼽았다. 최 회장은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로 빠르게, 확실히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서든 데스(돌연사)’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 일본을 넘나들며 글로벌 경영 현장에도 직접 나서고 있다. 올 초 최 회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4’를 방문해 “좋든 싫든 우리가 이제 AI 시대에 살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모든 영역에 AI 애플리케이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각각 일본과 미국에서 개최한 제4회 도쿄포럼, ‘2023 트랜스 퍼시픽 아이얼로그(TPD)’에 잇따라 참석했다. 12월에는 미국 실리콘밸리 중심지인 새너제이 소재 SK하이닉스 미주법인과 가우스랩스, 루나에너지 등 계열사와 투자사 3곳을 찾았다. 이후에는 바로 유럽으로 이동해 독일과 네덜란드에서 도이치텔레콤과 ASML을 방문하며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계열사별로 SK그룹은 AI 시대를 맞아 준비해 온 기술과 서비스를 올해 더 고도화할 계획이다.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 AI 반도체, 멀티 LLM(거대 언어 모델) 사업을 추진하는 동시에 통신망과 모빌리티, 헬스케어, 미디어 사업에도 AI를 빠르게 접목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SK온, SKC 등을 중심으로는 반도체 및 2차전지 소재, 그린에너지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탄소’ 중심에서 ‘그린’ 중심으로 사업 전환을 담은 ‘카본 투 그린’ 전략을 발표했다. 지난 10년간 꾸준히 투자했던 배터리 사업은 SK온을 물적분할한 후 매 분기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단시일 안에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댓글 0